1부. 감정의 구조를 이해하기
기쁨이란 인간이 보다 작은 완전성에서 보다 더 큰 완전성으로 이행하는 것이다. 슬픔이란 인간이 보다 큰 완전성에서 보다 작은 완전성으로 이행하는 것이다. 나는 '이행'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기쁨은 완전성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 바뤼흐 스피노자, 『에티카』 제3부 감정의 정의 2, 3과 해명
마지막으로 순수한 기쁨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 어려운 문제를 마침내 풀어냈을 때, 좋아하는 사람과 마음이 통했을 때, 혹은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산을 올랐을 때? 반대로 깊은 슬픔에 잠겼던 순간은 어떤가? 믿었던 사람에게 실망했을 때, 혹은 애써 준비한 일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스피노자는 이 모든 감정의 물결이 단 하나의 근원, 즉 우리 '존재의 힘'이 변화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하나의 '생명력 게이지(Vitality Gauge)'라고 상상해보자. 이 게이지의 눈금이 올라갈 때 우리는 '기쁨'을 느끼고, 눈금이 내려갈 때 '슬픔'을 느낀다.
사랑, 미움, 질투, 희망 등 수많은 감정들은 결국 이 두 가지 기본 감정의 다양한 변주에 불과하다. 따라서 기쁨과 슬픔을 이해하는 것은 감정 세계의 기본 지도를 얻는 것과 같다. 감정은 우리 존재의 상태를 알려주는 가장 정직한 신호등이자, 가장 정확한 나침반이다.
스피노자가 기쁨을 "더 큰 완전성의 상태로 이행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때, '완전성'은 도덕적 완벽함이 아닌 '능력의 증진'을 뜻한다. 더 많이 할 수 있고,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는 상태, 즉 우리의 생명력 게이지가 힘차게 올라가는 과정이다.
운동을 통해 체력이 늘어날 때, 이전에는 버거웠던 계단을 쉽게 오르게 되면서 우리의 게이지는 올라간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 이해의 폭이 넓어질 때도 마찬가지다. 사랑에 빠질 때 우리는 타인과 깊이 연결되는 능력이 활성화되면서 혼자서는 경험할 수 없던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며 존재의 힘이 확장된다. 이 모든 능력의 증진 과정이 바로 기쁨의 본질이다.
슬픔은 기쁨의 정반대다. 생명력 게이지의 눈금이 아래로 향하는 과정, 즉 능력의 감소다. 질병은 게이지의 눈금을 직접적으로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슬픔의 원인이다. 건강할 때 자유롭게 누렸던 활동들이 제한되면서 존재의 힘은 약화된다.
실연의 슬픔 역시 관계적 존재로서의 능력이 크게 축소되는 경험이다. 함께 웃고, 의지하고, 꿈꾸던 모든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우리 안의 게이지는 급격히 떨어진다. 실패의 슬픔은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일 앞에서 자신의 한계를 발견하고 가능성이 축소되는 것을 직접 목격하는 과정이다.
[실습 1: 나의 능력 변화 일지 쓰기] 일주일 동안 매일 자신의 생명력 게이지가 어떻게 변했는지 기록해보자. 어떤 활동이나 만남이 게이지를 올렸는가? 반대로 어떤 사건이 게이지를 떨어뜨렸는가? 그때의 감정과 연결해보면, 기쁨과 슬픔이 당신의 능력 변화와 얼마나 밀접한지 실감하게 될 것이다.
스피노자가 기쁨과 슬픔을 '상태'가 아닌 '이행(transition)'으로 정의한 점은 매우 중요하다. 감정은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동적인 과정이다.
'이행'이라는 개념은 '행복'이라는 결과물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통찰을 준다. 스피노자는 기쁨이 도달해야 할 목적지가 아니라,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한다. '나는 행복한가?'라는 결과 중심적 질문에서 벗어나 '나는 지금 성장하고 있는가(나의 생명력 게이지는 올라가고 있는가)?'라는 과정 중심적 질문으로 전환할 때, 우리는 행복 강박에서 벗어나 진정한 기쁨의 과정을 즐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익숙해지면 기쁨이 줄어드는 이유다. 처음 좋은 직장에 들어갔을 때의 기쁨은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진다. 능력 증진의 '이행'이 멈추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쁨을 원한다면, 게이지를 다시 움직일 새로운 도전과 성장이 필요하다.
스피노자는 기쁨과 슬픔을 더 세분화하여 우리에게 감정의 '질'을 분별할 기준을 제시한다.
쾌활함(Cheerfulness) vs. 흥분(Titillation)
'쾌활함'은 생명력 게이지의 최대 용량 자체가 늘어나는 이상적인 기쁨이다. 몸과 마음의 모든 부분이 조화롭게 활성화되어 전체적인 균형이 잡힌다. 건강한 운동 후의 상쾌함, 좋은 친구들과의 즐거운 대화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흥분'은 특정 부분의 눈금만 일시적으로 빨갛게 치솟는 것과 같다. 술이나 도박, SNS의 '좋아요'가 주는 강렬한 쾌감은 순간적으로는 눈금을 올리는 듯 보이지만, 결국 게이지의 배터리 자체를 소모시켜 전체적인 능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
우울함(Melancholy) vs. 고뇌(Anguish)
슬픔도 마찬가지다. '우울함'은 게이지의 전체적인 눈금이 현저히 낮아져 바닥을 보이는 상태이며, '고뇌'는 팔이 부러지는 것과 같은 특정 부품의 고장으로 인해 그 부분의 눈금만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실습 2: 나의 기쁨의 질 분석하기] 당신이 최근 '기쁘다'고 느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라. 그것은 당신의 존재 전체를 충만하게 만드는 '쾌활함'이었는가, 아니면 특정 욕구만을 자극하는 '흥분'이었는가? 당신은 주로 어떤 종류의 기쁨을 추구하고 있는가?
진정한 쾌활함은 다양한 차원의 능력이 조화롭게 증진될 때 찾아온다. 우리는 다음의 다양한 능력들을 골고루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
신체적 능력: 건강, 체력, 운동 능력
인지적 능력: 이해력, 창의력, 문제 해결 능력
감정적 능력: 공감, 평정심, 감정 조절 능력
사회적 능력: 소통, 협력, 건강한 관계 맺기
창조적 능력: 예술, 표현, 새로운 것 만들기
영적 능력: 삶의 의미 발견, 깊은 평안
어느 한 차원만을 과도하게 추구하며 얻는 기쁨은 불완전한 '흥분'에 그치기 쉽다.
[실습 3: 나의 능력 균형 점검하기] 잠시 멈춰 현재 당신의 삶에서 위 여섯 가지 능력의 게이지가 각각 어느 정도를 가리키고 있는지 그려보자. 어떤 영역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으며, 어떤 영역이 소홀히 되고 있는가? 균형 잡힌 기쁨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기쁨과 슬픔을 능력 증감의 지표로 이해하면, 감정은 더 이상 귀찮은 방해물이 아니라 나의 존재 상태를 알려주는 가장 정확한 나침반이 된다.
기쁨은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옳다는 신호다. 현재의 활동이나 관계가 나의 생명력을 증진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슬픔은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신호다. 현재의 상황이 나의 능력을 감소시키고 있다는 경고다.
물론 모든 기쁨을 좇고 모든 슬픔을 피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때로는 단기적 슬픔(힘든 운동)을 감수해야 장기적 기쁨(건강 증진)을 얻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나침반이 보내는 신호를 정확히 읽고, 나의 생명력 게이지를 장기적으로, 그리고 전체적으로 끌어올리는 지혜로운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이제 다음 장에서는 모든 감정의 뿌리이자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엔진, '욕망'을 살펴볼 것이다. 기쁨과 슬픔이 게이지의 움직임을 알리는 신호라면, 욕망은 그 게이지를 움직이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