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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Sep 16. 2020

논어를 통해 본 리더십의 조건(3)-使民以時


子曰 道千乘之國 敬事而信 節用而愛人 使民以時

자왈 도천승지국 경사이신 절용이애인 사민이시 

논어 학이편 5장


3. 사민이시(使民以時)

  앞 구절에서 나라를 다스릴 때 군주가 갖추어야 할 덕목과 바람직한 행동으로 다음을 말했다.

첫째, 일을 할 때 신중하고 치밀해야 한다는 '경(敬), 둘째, 자신이 가진 권력의 힘을 절제하며 행사해야 한다는 '절(節)'이 그것이다. 군주가 이를 준수할 때 경을 통해 백성들의 믿음과 신뢰(信)를 얻고 자신을 대리하여 나라 살림을 해나가는 관료조직을 사랑(愛)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인과관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敬 → 信 : 신중하고 치밀함으로 신뢰를 얻는다.

                                          節 → 愛 : 절제하는 모습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이제 마지막 구절에서 군주의 일에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시킴'(使)의 방식이 어떠해야 하는지 말한다. 이 구절에 대해 해석하기 전에 먼저 크고 작은 어떤 조직에서 리더가 그 구성원들에게 무엇을 시키는 행위에 대해 정리해 보자.


  조직에서 리더는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존재다. 리더는 개인적인 목표와 조직의 목표가 일치한다. 예를 들어 나라를 부강하고 좋은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는 궁극적으로 리더의 목표이자 나라 전체의 목표로 일치한다. 그런데 문제는 개인적 목표와 조직의 목표가 리더가 아닌 그 구성원들에게는 늘 일치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군주 이외의 백성들은 부강하고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보다 개인적인 행복의 실현에 더 무게 중심을 둘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군주와 백성이 지향하는 바는 그 사이에 반드시 불일치와 균열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자신과는 다른 목표를 가진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말을 따르게 하는 방식에 따라 리더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자신이 가진 힘으로 강제력을 행사하여 따르게 하는 '폭군형 리더'

  둘째, 자신을 따르면 구성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고 약속하는 '거래형 리더'

  셋째, 구성원들에게 자신이 가진 목표에 대한 신념과 희망을 불어 넣어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하는 '카리스마형 리더'


  리더십이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억지로 마지못해 따르지 않고 자발적으로 기꺼이 따르도록 만드는 능력이다. 이런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리더와 구성원 간의 상호공감 관계가 설정되어야 한다. 즉 리더는 자신을 따르는 구성원들이 처해 있는 상황과 기본적인 욕망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리더를 따르는 구성원들은 리더에 대해 공감하지 않으면 그를 따를 수 없다. 리더는 어떻게 하면 이 상호공감의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사민이시'는 군주가 백성들로 하여금 전쟁에 병사로 참여하게 만드는 군역을 감당하도록 할 때 농번기는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사는 시기별로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씨를 뿌릴 때, 추수할 때 등 농사의 단계별로 꼭 해야 만 하는 중요한 일이 시기별로 있다. 이 중요 시기들 중 하나라도 놓치면 그 해 농사는 망칠 수밖에 없다. 군주가 백성에게 군역을 부과할 때 그 시기가 농사의 중요한 시기와 겹치게 되면 농민들은 생계를 위협받게 된다. 농민들의 생계가 어려워지면 세금을 걷기 어려워 결국 나라 경제가 흔들리게 된다. 따라서 군주는 농민들이 자신들의 생업에서 절대 벗어나서는 안되는 시기와 상황을 두루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사정을 알고 공감해 주어야 백성들로부터 원망을 듣지 않고, 나라의 경제도 든든히 지켜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는 조직 구성원들의 개인적인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 그들이 개인적으로 어떤 사정에 처해있고 잘 하거나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 항상 정밀한 레이더를 가동하듯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 리더가 무슨 일을 지시했는데 구성원이 개인 사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거나 못한다면 그것은 리더의 책임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건 당신 개인의 문제고 지금은 조직을 위해 이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다."는 식으로 말하는 리더는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못난 리더이다.


  같은 목표를 달성한 조직이라고 하더라도 그 조직이 얼마나 건강한가 아닌가에 따른 차이는 크다. 달성한 목표를 오롯이 리더의 덕으로만 칭송하는 조직과 모든 구성원들이 인화단결하여 모두에게 골고루 공이 돌아가 성취감까지 공유하는 조직이 같을 수 없다. 당연히 모두가 함께 행복하고 번영할 수 있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리더들은 이런 당연한 사실을 간과하고 오로지 자신의 목표달성에만 집중하고 구성원들은 도구로 이용만 하려는 경우가 많다. 그런 리더가 이끄는 조직은 건강하지 못하고 오래 지속될 수도 없다. 리더는 자신을 따르는 구성원들의 개인적 특성과 사정을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 그런 노력이 구성원들이 리더가 시키는 일을 기꺼이, 성심성의껏 감당해 나가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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