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과 페이스메이커의 비유
지금까지 우리는 스토아 철학의 기본 원리와 개념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스토아 철학이 말하는 자연, 이성, 덕, 감정, 운명 등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다양한 비유와 설명으로 알아보았습니다. 이제 그 전체 내용을 다시 한 번 요약,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인생은 마라톤입니다. 속도와 방향이 중요하죠. 단거리가 아닙니다. 마라톤은 짧은 구간에서 빠르게 뛰는 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적절한 속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페이스를 지킨다'라고 표현합니다. 페이스(pace), 곧 속도는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와 습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삶의 자세라고도 할 수 있죠.
올바른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 바로 이성입니다. 이성은 마치 마라톤의 페이스메이커처럼 꾸준함을 유지하게 하고, 방향을 잃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페이스메이커는 주자의 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속도'(pace)를 '만드는 존재'(maker)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비유를 통해 "이성은 우리의 삶의 자세를 만들어준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너무 빨리 지쳐버리거나 길을 잃게 될 겁니다.
너무 빨리 달리는 마라톤 주자들, 그들은 결국 지칩니다. 페이스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감정과 욕망에 휘둘려 너무 빨리 달리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달렸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직장에서 당장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야근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번아웃을 겪게 됩니다. 단거리 경주처럼 인생을 달리다 보면 결국 지치고 방향을 잃게 됩니다.
충동 구매나 인간관계에서의 감정적 대립도 마찬가지입니다. 순간적인 욕망이나 감정에 휘둘리다 보면 우리는 결국 후회하거나 갈등을 겪게 됩니다. 감정은 우리의 이성을 잠시 마비시키고, 결국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만듭니다. 이런 순간들은 결국 우리의 삶을 복잡하게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고통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이 도달할 수 없는 허황된 목표를 추구하거나, 잘못된 삶의 목표를 세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로지 부자가 되겠다는 목표에만 집착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잃게 되는 것들을 깨닫지 못합니다. 이는 결국 더 큰 불행을 초래하게 됩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쉽게 페이스를 놓치고 눈앞의 욕망에 휘둘릴까요? 이는 좁은 시야에서 비롯됩니다. 마치 마라톤 주자가 코스 전체를 보지 못하고 눈앞의 오르막이나 내리막만 보고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인생 전체를 보지 못한 채 당장의 욕구에 사로잡힙니다. 감정과 욕망은 우리의 시야를 좁히고, 그 좁은 시야 안에서만 반응하게 만듭니다.
이성과 덕은 단순히 삶의 속도와 방향을 유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삶의 자세와 태도를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마라톤 주자가 페이스메이커를 통해 일정한 속도와 방향을 유지하듯, 이성과 덕은 우리가 인생에서 순간적인 감정과 욕망에 흔들리지 않도록 돕습니다. 이성적인 삶의 태도는 우리가 일시적인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해주고, 장기적인 목표를 잃지 않게 합니다.
이성적 삶의 태도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넓은 시야로 인생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감정과 욕망은 우리의 시야를 좁히고, 눈앞의 순간적인 만족에 집착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성은 우리의 시야를 넓혀, 인생의 더 큰 그림을 보게 합니다. 좁은 시야로는 당장의 이익이나 작은 실패에 지나치게 반응할 수 있지만, 넓은 시야는 현재의 상황을 더 크게 조망하게 하고, 그로 인해 더 균형 잡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어려운 일이 발생했을 때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갈등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성적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감정을 통제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인간관계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이성은 우리가 감정에 휘둘리지 않도록 시야를 넓혀주며, 이로 인해 우리는 삶을 더 차분하고 평온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스토아 철학은 이처럼 이성을 통해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가르칩니다. 덕과 이성은 순간적인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더 큰 목표와 가치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는 삶의 나침반과 같습니다. 덕을 따르는 이성적 삶은 우리가 일시적인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궁극적인 평온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살게 해줍니다.
마라톤에서 페이스메이커가 주자의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처럼, 이성도 우리의 삶의 태도와 속도를 조절합니다. 그러나 페이스메이커는 단독으로 판단하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감독의 지시에 따라 페이스를 조절하는데, 감독은 전체 경로를 조망하며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비유에서 감독은 자연의 법칙을 운행하는 보편적 이성에 해당하고, 페이스메이커인 이성은 그 보편적 이성의 일부로서 인간 이성을 상징합니다.
보편적 이성은 자연의 질서와 법칙을 의미합니다. 자연은 자체적으로 일정한 법칙을 따라 움직이며, 그 법칙에 따라 우주의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인간의 이성은 그 보편적 이성의 일부로서, 이 법칙을 따르고 조화를 이루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의 이성은 스스로 독립된 것이 아니라, 자연의 더 큰 질서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이성도 자연의 법칙에 맞추어 삶을 조율해야 합니다. 페이스메이커가 감독의 지침에 따라 페이스를 유지하도록 돕듯이 , 우리의 이성도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여 삶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해야 합니다. 이는 우리가 순간적인 감정과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더 큰 질서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삶을 뜻합니다. 스토아 철학은 자연의 이성과 인간 이성이 조화롭게 작용할 때 진정한 평온과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결국, 우리의 삶은 단지 개인적인 욕망이나 목표를 좇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자연의 법칙에 따라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우리가 감정적 혼란에 빠지지 않고, 더 넓은 시야로 인생을 바라보며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