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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Feb 18. 2020

공황장애  약을  처방받았다.

나를  위한 용서가 가능할까?

나에게 너무나 사랑스럽고 소중한 딸, 니엘이가 있다. 엘이는 참 밝고 긍정적인 아이다.  니엘이가  학급회장이 됐다. 워낙 리더십이 있는 아이라서 잘할 거라 생각했고 많이 축하해줬다. 수업 후 제자들과 점심을 먹고 있을  때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니엘이가 회장이라 가끔 전화하셔서 보통 때와 같이 받았는데 선생님 목소리가 좋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 왜 선생님 목소리가 이렇게 안 좋은 거지... '


 별 이상한 생각이 다 들었는데.. 왜 그런 예감은 그렇게 잘 맞는 건지 모르겠다. 니엘이와  같은 반  친구 중에 보통 아이들과 조금 다른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가 니엘이 얼굴을 할퀴어서 양호실에 가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통화를  하면서 너무 많이  놀랐고 걱정됐지만 마음을 진정시키고 니엘이가 있는 피아노 학원에 갔다.



니엘이 얼굴을 보는 순간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얼굴 양쪽을 다 할퀴어서 8군데 상처가 나고 왼쪽 팔을 꼬집어서 두 군데 멍들고 피가 나서 밴드를 붙인 상태였다. 생각보다 너무 많이 다친 상태라서 바로 피부과에 가서 다시 치료받았다.  니엘이 얼굴만 보고 있어도 눈물이 났다.

 안 보이는 곳도 아니고 얼굴이라서 울 딸이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하니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이 상황을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서 교사인 울 언니에게 전화해서 물어보았다. 언니는 지금 정책상 그런 아이들도 한 반에서 교육받게 되어 있다고 하면서  언니도 조카가 다쳐서 너무 마음 아프지만 내가  엄마의 입장에서 그 엄마 한 번은 용서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 줬다. 언니와 통화를 한 후 마음이  복잡해졌다.


'내가  용서를 해야 하는 건가?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그때쯤 그 아이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문자가 왔다.  할 말이 없었다. 난 그때 너무 마음이 복잡했다. 고민 끝에  담임선생님께  아이에 대한 얘기를  들었고 처음이니 이번엔 이해하겠지만 두 번 다시 이런 일 없도록 꼭 신경 써달라고 보냈다. 그러자 다시 문자가 왔다. 니엘이 려고 케이크를 사 왔는데 이것만 전해주고 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니엘이와 함께 나가서 니엘이 얼굴 상태도 보여주면서 절대 두 번 다시 이런 일 없도록 해달라고 재차 얘기했다. 정말 미안하다고 절대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하면서 케이크를 주면서 사과하며 이렇게 이쁘고 똑똑한 딸 있어서 너무 행복하시겠다고 하면서 그 아이의 엄마가 울기 시작했다. 울고 싶은 건 난데... 그 엄마의 마음도 얼마나 힘들지 조금은 알 거 같아서 괜찮다고 하면서 안아줬다. 그래.. 용서하자.. 용서하자....


니엘이에게 "그 아이를 용서해줄 수 있어요?"라고 물어보니


 엄마 그 친구는 좀 아파서  모르고  그런 거니까 이해해요.


 이렇게 말을 했다. 나보다 훨씬 어른 같은 아이였다. 얼굴을 볼 때마다 자꾸 생각이 나서 난 너무 힘들었지만 니엘인 씩씩하게 학교생활을 잘했다. 이런 일이 있으면 학교 가기 싫다고 하거나 전학 가자고 할 수도 있는데 니엘인 그런 얘기조차 하지 않았다.  



6월에  그 일이  있은 후 ' 이번 학년이 이렇게  무사히  끝나는구나'라고 생각했지만 똑같은  일이 11월에도  일어났다. 수업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이번엔 느낌이 좋지 않았다. 역시나 안 좋은 소식이었다.  그 아이가 또다시 얼굴을 또 할퀴었다고 했을 때  숨이  멎어버리는 것 같았다. 


'처음도 아니고 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그렇게 약속을 했는데... '


 이번엔 나도 내 감정을 통제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바로  니엘 아빠와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는 바로  오신다고 하시고 니엘 아빠는 최대한 빨리 정리하고 온다고 했다. 이번엔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니엘이를 보니 처음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었다. 이번에도 얼굴 부분을  할퀴어서 이마랑 귀부분에 상처가 보였다. 첫 번째는 같은 엄마 입장에서 이해하고 넘어갔지만 이번에는 이렇게 넘어갈 수 없었다.

눈이 퉁퉁 부어 있는 날 보고  니엘이가 처음  한 말이

엄마! 많이 속상하죠?
엄마!니엘이  괜찮아요!!


였다.  니엘이가 더 아프고 힘들었을 텐데 나에게 저렇게 얘기하는 니엘이를 보니 마음이 찢어졌다.

그런 내 딸을  꼭  안아줬다

사랑해  니엘아! 금은보화 내 딸 니엘아..


난 첫 번째  사건 후에 "  아이는  보통 친구들과 다르니까  잘해줘요 "라고 했는데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대신 니엘이에게 그런 아이는 언제 또 공격할지 모르니까  잘 피해 다니라고 말했어야 하는 건가?...



보통 아이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다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이건 니엘이 같은 아이들에게  역차별이 아닌가?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교실에서 수업이 가능할까?


니엘이를  두 번이나 이렇게 프게 한건  부러움 때문이라고 했다. 만들기와  공부도 잘하고  착해서  자기가 때려도 안 때리고  자기한테 가장 친절하니까 그랬다고.... 그 아이가 상담교사랑 대화 나눈 프린트를 보고 정말 가슴이 찢어졌다. 너무 아팠다.

왜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또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도 그 얘 엄만 전학 갈  생각도 없다고 하면서  많이 나지고 있으니까 다신 그런 일 없을 거라고만 했다.  이 말은 처음에도 나에게 한말이었다.


너무 이기적이다. 단지 자기 딸을 보통 아이들과 함께  키우고 싶어서 다른 아이들은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인데  어떻게  저렇게 쉽게 얘기할 수 있는 거지?
나는 이사에 별별  생각까지 하고  있는데...너무 생각이  많아지고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머리 너무 아파서 병원을 가니  의사선생님이 지금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이러다가 협심증까지 올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황장애 약을 처방받았다.  그렇게 힘들게 비행을 했을 때도 이런 약을 먹어 본 적이 없는데 이때는 스트레스로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다.


학교에서의  조치도  별다른 건  없었다. 단지 학년 올라갈 때 다른 반으로 배정하고 겨울방학 전  50일 동안 더 주의하겠다고 해다. 그게 다였다. 그게 다구나. 단지 임시방편!!!


얼마나 더 많은 아이들이 다쳐야 바뀔까..
통합교육? 안전하지 않은 통합교육?
이게 진짜 선입견 없는 교육인가?
그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이 통합교육일까?

두 번의 사건 후 니엘인 상담치료를 받았다.  선생님께서 니엘이가 밝고 긍정적이라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빨리 극복하고 있다고 하시면서 더 걱정되는 건 나라고 했다.  내가 자꾸 힘들어하고  아프면 아이가 정말 힘들 때 엄마한테 얘길 안 할 수도 있다고 하시면서 아이에게 밝은  모습을  보여주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그래서 정말 힘들 때 이약의 도움을 받으면서 최대한 잘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다. 니엘이가 그 힘든 상황을 잘 이겨내서 너무 감사했고

엄마로서 더 많이 배우고 성숙해진 계기가 됐다.


'인생수업'의  용서와 치유의 시간을 보면서  용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배울  수 있었다.

용서하지 않을 때, 우리는 오래된 상처와 분노에 매달립니다. 과거의 불행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분노를 되새김질합니다. 용서하지 않을 때 자기 자신의 노예가 되는 것입니다. 용서는 다시 한번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는 자유를 줍니다. 궁극적으로 용서는 자신 안에서 일어납니다. 용서는 자기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는 그 사람의 행동을 용서할 필요가 없으며, 단지 그 사람을 용서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렵다.... 너무 어렵다... 나를 위해서 노력하자.. 나를  위한 용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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