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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Dec 01. 2020

유서를 쓰고 관에 들어갔다

[어떻게 살 것인가]

알쓸신잡을 보면서 유시민 작가의 박학다식함에 매번 감탄했다. 저분의 머릿속은 무엇으로 가득 차 있을지 궁금했다. 이런 분이 생각하는 삶과 죽음의 의미는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면서도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다. 이 책은 유시민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어서 어려운 주제인데도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작년 이맘때쯤은 나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수업과 특강 그리고  독서모임도 하며  기말고사 공부까지  완벽하게 했다. 워킹맘으로 공부까지 하면서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이때는 뭔가 내가 잘 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경제력이 있었고 그 누구보다 나름 바쁘게 살면서 결과도 좋았다. 내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코로나로 수업은 거의 없고 방송대 수업은 줌으로 진행하고 시험은 모두 리포트로 대체됐다. 사람과 소통하며 수업을 하고 독서모임을 하다가 모두 온라인으로 바뀌니 적응하기 어려웠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해도 수강료를 보고 머뭇거리기도 했다.


 지금 난 잘 살고 있는 걸까? 작년과 비교해서 달라진 건 내가 일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는 거다. 당연히  수입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단지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존감이 낮아지는 데 있다. 항공업계가 안 좋은 상황에서 승무원 강사가 다 어렵고 힘든 상황은 아니다. 어떤 분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며 다른 면접 분야까지 영역을  넓혀간다. 물론 나도 온라인 수업을 하는데 그만큼 열정이 생기지 않는다. 나는 내가 쓸모 있는 인간이라고 여길 때 나의 가치를 느낀다. 하지만 수업의 수가 줄어들면서 강사로서 내가 계속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겼다.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나를 한동안 아프게 했다.


왜 자살하지 않느냐고 카뮈는 물었다. 그냥 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유를 찾으라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삶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오늘 하루 그 의미를 충족하는 삶을 살았는지 판단해야 한다. 정답은 없다. 우리는 각자 정체성이 다른 자아들이다 누구도 타인에게 삶이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한다고 대신 결정해 줄 수 없다. 삶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건 나름의 답을 가지고 사는 것이다.   p49

 

  나에게 삶의 의미는 '내가 스스로 가치 있는 인간'이라고 여기는 데 있다. 그런 가치를 일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찾으려고 노력했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다.  바로 글쓰기다.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며 '나의 가치'를 생각할 수 있다.  나에게 살아갈 의미를 주고

 누군가는 내 글을 읽고 위로받을 수도 있으니까.


죽음... 웰다잉은 무엇일까?  나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

2년 전에 임종체험을 했다. 간접경험은 인간만이 가능하니까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를 배우고 싶었다. 도착 후 영정사진을 찍고 죽음에 관한 강의를 한 시간 정도 듣는다.


이 세상에서 저세상으로   this life    >>  after life

강의 후 천국의 계단을 통해서 임종체험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죽음은  정말 순서가 없다. 갑자기 어떤 이유로 죽을 수 있으니까. 죽음에 대한 준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유서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 가족의 얼굴이 한 명씩 떠오르면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가장 먼저 울 니엘이가  생갔났다. 내가 지금 죽으면 울 니엘이가 가장 걱정돼서 갑자기 조금만 더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의를 입고 유서를 쓴 후 관에 들어갔다.


어둠ㆍ고요ㆍ적막...관에 못을 박는 소리...

이런 느낌이구나... 제대로 살아야겠다...

의미 있게 살아야겠다...


관에 있는 짧은 시간 동안 내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삶을 대해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  2년 전의 경험이지만 관에 들어갔을 때의 느낌은 아직도 뚜렷이 기억난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감사하며 살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만큼 간절하지 않다. 지금 난 여전히 숨 쉬고 있고 나에겐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성의 필수 조건은 자유의지이다. 살든 죽든, 인간의 존엄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과 관련되어 있다.   p139

사지가 마비돼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의 남자는 안락사를 선택한다. 책과 영화로도 유명한 '미 비포 유'다.

http://naver.me/FrLSuaV6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꼭 죽어야만 했을까? 하지만 그는 움직일 수 없고 사랑을 표현할 수도 없다는 게 그에게 지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실제 스페인 남자인 라몬 삼 페트로는 안락사를 허용하라는 입법청원을 냈고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자살했다. 그 사람에게 있어서 육체의 감각은 너무나 중요했다. 그는 사지마비로  어떤 자유도 보장받을 수 없었다. 혼자서 가능한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라몬이 살아있는 것만으로 주변의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지만 정작 본인은 괴롭고 힘들다면 삶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기쁨이 완전히 사라지고 오로지 벗어날 수 없는 고통만 남은 상황에서, 그 고통을 견디면서 삶을 이어나가는데 스스로 아무 의미도 부여할 수 없다면,  그 사람이 자유의지에 따라 죽을 권리를 인정해 주자.  p145

라몬과 반대의 상황을 생각해봤다. 신체적인 자유는 있지만 정신이 온전하지 못했을 때는 어떨까?

최근에 치매 관련 책을 읽었다. 내가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상황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http://m.yes24.com/Goods/Detail/90347741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지만 사람 일은 그 누구도 모른다. 이와 관련해서 꼭 유서를 작성해놓고 싶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 단지 시간만 다를 뿐이다. 가치 있는 삶이 있는 것처럼 가치 있는 죽음이 있다. 웰다잉을 하기 위해서 지금부터 몸과 마음을 단련해놓아야겠다.  유한한 인생을 의미 있게 가치있게 살고 싶다. 끝이 있기 때문에 삶은  고귀하다. 지금 난 사지 멀쩡하고  열정도 있다. 삶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내일 죽어도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소중한 시간을 알차게 살아가고 싶다.


발제:

1. 삶의 의미를 찾는 방법은?

2.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때 자신을 붙잡은 한마디는?

3.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안락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살것인가#유시민#삶과죽음#임종체험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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