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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요리 Jul 22. 2020

누구에게나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아기천사를 기다리면서 남겨보는 첫 기록

살면서 한 번도 내가 임신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피임을 안 하면 임신이 바로 될 거라고 생각했던 무지했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결혼을 29살에 했다. 결혼을 하는 연령이 많이 늦어져서 그런지 드레스샵이나 메이크업샵에서도 20대 신부는 오랜만에 본다며 반가워하셨었다. 서른 전에 결혼을 하겠다는 의지로 29살 11월에 식을 올렸고, 나 스스로도 어리다고 생각했던 터라 결혼하고 1~2년 정도는 임신을 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했었다. 신혼을 즐긴다나 뭐라나…(지금의 나는 그 때의 내가 너무 바보같다. 할 수 있다면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


결혼 후 1년 조금 넘게 피임을 했다. 이 기간동안 친정 부모님께서는 그래도 아기를 빨리 갖는 게 좋지 않겠냐는 권유를 몇 번 하셨고, 2020년까지만 육아에 도움을 주시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도 하셨었다. (우리 가족들이 대체로 조급한 성격에 프로 계획러들이다.) 당시에 내 속 마음은 때 되면 다 할 텐데 재촉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었고, 짜증을 내기도 많이 냈었다. 그때는 아무도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겠지? (지금은 언제든지 낳기만 하라고 하신다^^)


2018년 1월부터는 이제 가져볼까? 라는 마음을 먹었다. 여러가지 계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나의 마음을 움직인 가장 큰 계기는 17년 8월 태어난 나의 첫 조카였다. 원래 그냥 아이는 귀엽고 좋다 정도였는데, 첫 조카는 나의 세상을 통째로 바꿨다. “좋다” “귀엽다” 이런 몇 가지 단어로는 표현이 안될 만큼 너무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 주원이를 보면서 이제 가져야 할 때가 되었구나 생각했다. 나의 미래의 아가에게 한 살이라도 젊고 건강한 엄마가 되자, 이왕이면 주원이처럼 귀여운 아들이면 좋겠구나 등의 생각을 하며 실컷 김치국을 마셨더랬다. 마음먹었으니 바로 생길 줄 알았다.


임신준비를 시작하면서 산부인과에서 피검사와 초음파 등의 간단한 산전검사도 받고,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을 받았다. 당시 선생님께서도 나이도 젊고 건강하니 몇 차례 시도하면 자연임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하셨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이렇게 긴 여정, 긴 싸움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내 30여년 인생에 가장 큰 시련이 될 줄이야. 산 넘어 산, 시련 넘어 시련의 연속… 또르르


임신을 준비하면서 갖게 된 여러가지의 복잡한 마음, 이러다 평생 안 생기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주변에 쉽게(지극히 주관적인 내 시선에서) 임신을 한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이나 내면의 질투심 등에 대해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다 가도 문득문득 우울해질 때 느끼는 마음을 글로 풀어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어쩌면 나중에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를 키우면서, 그 아이가 말을 안 들어서 힘들 때, 내가 이렇게 간절하게 아이를 기다렸지 하는 초심을 확인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반복되는 시도와 실패에 힘들었던 몸과 마음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기도 했고,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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