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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요리 Sep 15. 2020

친구의 출산

속좁은 나

대학교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몇 일전 출산을 했다.

올 초 결혼을 하고 결혼과 거의 동시에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축하를 해 주면서도 마음이 철렁 내려 앉았다.  

작년 늦가을 청첩장을 받으려고 만났을 때 신혼을 즐기다가 임신을 할 계획이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애기가 원한다고 바로바로 생기는게 아니야. 일단 그냥 바로 가진다고 생각해!" 라며 훈수를 뒀던 나 자신이 생각이 나며 어쩐지 부끄럽기도 하고, 역시 나만 안되는거였나 하는 생각이 들어 한도끝도 없는 절망의 늪에 또 빠졌었다.


그 이후로 친구가 종종 SNS 에 임신관련 포스팅을 올리는데, 어쩐지 그 포스팅을 매일매일 보는 것이 마음이 불편하고 좋지 않았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마음이었다. 속상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솔직하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의 임신해서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이 힘들었다. 역시 sns가 문제야...라고 생각을 하며 언팔을 할 수는 없으니, (정말 미안하지만) 그 친구의 포스팅을 내 피드에 보이지 않게 숨겨 두었다. 숨겨둔 이후에도 시간이 지나며 친구의 소식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모르는 상태로 지내는 것이 마음이 편한거 같기도 하여 애매한 상태로 지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9월이 되었다. 출산 즈음이 되었겠구나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선뜻 친구의 sns에 들어가본다거나 먼저 안부를 묻지는 못했다. 소식을 보거나, 알고나면 마음이 한동안 안 좋을 것이 뻔하니 나를 위해서였다... 그러던 중 몇 일전 친구에게 먼저 연락이 왔다. 출산을 했다는 소식과 함께 나의 안부를 묻는 메시지였다. 내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선뜻 연락을 못했다고 했다. 메시지를 받는데 갑자기 너무너무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친구의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 축하할 일을 두고 내가 고작 가진 마음이 이런 옹졸한 마음이라니...


물론 나는 아직도 내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내 마음을 다치게 하면서 남을 위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이런 마음을 갖고 있다고 달라지는게 있을까? 신경 안 쓰는 척 하고, 못 본척 해도 어차피 마음 한편은 계속 불편할 것이고, 내가 좋은 마음을 나눠주어야 나에게도 좋은 소식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로 외출을 거의 못하는 상황이지만 친구 아가를 위해서 선물을 사러 갔다. 귀여운 내복을 두 개 샀고, 작은 카드를 하나 써서 보내려고 한다. 이 선물이 내가 친구의 소식을 애써 외면해 왔던 시간들에 대한 미안함 마음을 대신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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