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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요리 Aug 01. 2020

험난한 여정

다시 할 수 있을까?

임신을 기다리는 많은 부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임신을 위한 노력을 한다. 보통은 배란테스트기를 사용하는 방법부터 시작할 것이다. 자연임신이 되지 않으면 병원에서 날짜를 받고 이렇게 해도 안될 경우는 난임전문병원으로 내원을 하여 시술을 선택하거나, 한약을 먹는 방식도 있다. 순전히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기에 내가 모르는 다른 방식이 있을 수도 있겠다.


나는 자연임신을 시도하고 배란테스트기를 쓰다가 1년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않아 난임병원을 방문했다. 어쩌다 보니 지금 다니는 병원은 세 번째 병원이고, 그 마저도 잠깐 쉬는 중이다. 임신을 위해 휴직을 했기에 혹시 몸과 마음이 편하면 자연임신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고, 날씨가 더운 여름은 쉬어 가자는 생각도 있어 잠깐 쉬고 있다. 선선한 가을에는 다시 병원에 가야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선뜻 마음이 내키지는 않는다. 시술을 하게 되면 얼마나 나의 몸과 마음이 지칠 것을 알기 때문에 흑흑...


회사를 다니면서 병원을 다니는 일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시술을 받기 위해 초음파도 보고, 과배란주사도 맞아야 하고, 주사를 맞는 중간중간 나의 귀한 난포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을 해야한다. 출근 전 병원에 들러 30분~1시간 기다리는 일도, 내 배에다 내가 주사바늘을 찔러 넣는 일도 힘들다. 하지만 그렇게 했음에도 난포가 잘 자라고 있지 않거나, 잘 자라지 않는 상황에 과배란 주사가 투여되어 부정출혈이 생겨 시술을 시도조차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다 때려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난포야 왜 자라지 않는거니…ㅠㅠ)

많이 걸으면 잘 자란다 해서 저녁마다 걷기도 하고, 아보카도나 소고기 추어탕이 좋다고 하면 먹어보기도 했지만 뭐 어쨌든 별 효과는 없었다. 모든건 다 케바케, 사바사인듯!


시술을 위해서는 병원을 최소 3~4번 (나의 경우는 난포가 자라는 속도가 매우 더딘 상황이었기에 한 번 시술에 거의 7~8번 내원을 했었다. 다행히 회사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운영 중이기도 하고, 기업문화가 좋은 편이라 그나마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었던 편이다. (구구절절 시술을 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쓰지 않으려고 한다. 어차피 그 과정에 대한 힘듦은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경험한 사람들은 말하지 않아도 알기 때문이다.)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이런 시술과정에서 오는 몸과 마음의 힘듦도 있었지만, 내가 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정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라는 무력감이었던 것 같다. 똑같이 난자와 정자가 만나야 하는 일인데 왜 나만 이렇게 어려운 걸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이 힘듦을 극복하는 것도 결국에는 나의 과제이고 지금도 극복을 해 나가는 과정이다. 주변인들의 임신과 출산소식, 둘째 임신소식에 일희일비 하던 시간이 지난 것 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다.


아직도 간혹 무신경한 사람들이 내뱉는 한마디가, 무심하게 하는 행동에 상처를 받기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어차피 사람은 그 입장이 되지 않으면 알 수 없음을 마음에 새기고 무시하려 노력한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왠만한 어려움에는 쉽게 지치지 않겠지, 아이가 생기면 정말 어~~엄청 기쁘겠지? 여러가지 가상의 상황을 상상하면 또 위로가 된다.


태명도 미리 생각했고, 이름도 생각해 놓았어! 그리고 육아할 준비 (돈, 마음, 몸) 다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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