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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요리 Jul 29. 2020

그럼에도 행복할 수 있는건

나의 소소한 행복들 

글의 순서가 뒤바뀐 듯 하지만 먼저 떠오른 생각을 적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임신” 만 생각하면 왜 나는 못 가진 자일까? 나만 빼고 다 있어…하는 생각에 우울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대체로 행복하다. 주변에 친구들뿐만 아니라 아이 둘인 언니나 시누를 보면 아이를 기르는 기쁨도 크지만 그에 수반되는 엄청난 힘듦이 존재한다.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는 다르겠지만 대체로 아이가 생기기 전후로 삶의 퀄리티가 많이 달라지는 건 사실인 듯하다. 

아이 위주로 돌아가는 일상, 부부에게 존재하지 않는 자유시간, 편하게 외출하거나 외식할 수 없는 점 등…(그 외에도 많겠지만 육아 경험은 없어 이 정도로 적어본다.) 물론 그런 힘듦을 상쇄할 만한 기쁨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 


아이를 원하지만 가질 수 없음에 우울하기도, 슬프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행복한 이유는 많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고요한 집에서 신랑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나만의 시간이 있다. 커튼과 창문을 열고 바깥을 구경하거나, 요가매트 위에 누워서 스트레칭을 하며 멍 때릴 수 있는 시간. 오늘은 뭘 하며 보내나, 점심은 뭘 먹지 고민을 하고, 최근 신랑이 꽂힌 토마토 주스를 만들기도 하는 여유로운 시간들이 있다. 


자유롭게 일과시간을 보낼 수 있는 행복도 있다. 일주일에 두 번은 PT를 하고, PT가 없는 날은 유산소 운동을 할 수 있다. 운동 전후로 엄마와 밥을 먹기도 하고, 백화점을 가기도 한다. 아이가 있다면 등원에 하원에 상상도 할 수 없을 일이겠지? 시간에 쫒기지 않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이렇게 아침에 소파에 앉아서 브런치 글을 쓸 시간도 있다. 


늦은 저녁 신랑과 외출을 하는 즐거움도 있다. 신랑이 엄청 바빠서 거의 주 7일을 일하는 점이 좀 아쉽지만, 그래도 주말 저녁에 원하면 같이 동네산책을 하거나, 한강을 가거나, 팥빙수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갈 수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기다리는 시간이다. (여보, 보고 있지?)


임신이 잘 안된다고 생각하던 초반에는 “왜 나만 없어?” “왜 나만 안되는 거지?” 생각하면서 정말 매일매일 우울해하곤 했었다. 만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아이가 없는 이 시간을 즐겨야겠다고 마음먹고 나니 내가 행복할만한 일들이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휴직 중인 요즘은 귀여운 나의 조카 1호, 2호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요즘 나를 많이 행복하게 하는 것들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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