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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요리 Aug 16. 2020

임신을 하고 싶은 이유?

나는 왜 아이를 낳고 싶은가?

나는 왜 아이를 낳고 싶을까?

 

우리가 임신이 어려워 난임병원을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둘만 행복하면 아이는 꼭 낳지 않아도 되지 않아?" "아이 없으면 어때! 요즘은 딩크도 많다던데..." "아이 없을 때가 좋은거야, 애 생기면 좋은시절은 끝이다." 라는 등의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아마 우리 마음이 무거울 것임을 알고 건네는 위로겠지?

나도 반복되는 실패에 마음이 약해졌을 때 "내가 이 고생을 하면서까지 정말 아이를 낳아야 하는건가? 그 정도로 아이를 원하는건가"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왜 아이를 낳고 싶은지에 대한 거창한 이유가 떠오르지는 않는다. 꼭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나? 그냥 아이가 너무 좋고 엄마가 되고 싶은 것일뿐... ^^ (다들 이유를 알고 아이를 낳은 건 아니잖아요.)




사랑하는 남편과 결혼을 했고, 남편과 나를 닮은 아이가 궁금하다. 조카도 이렇게 예쁜데 우리를 닮은 아이는 얼마나 예쁠까? 예전에는 "피부와 짱구머리는 엄마를 닮고, 오똑한 코와 예쁜 눈썹은 아빠를 닮았으면 좋겠구나" 같은 생각도 했었는데, 요즘은 이렇게 구체적으로 바라는 건 없다. 그저 건강하게 와 주기만 한다면.


남들이 말하는 그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고 싶은 대상이 나도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가 있는 사람들은 아이를 낳은 것이 세상에서 가장 잘한일이라고 느낀다는데 나도 그 느낌을 느껴보고 싶고 엄마가 되고 싶다.  이제 주변에 가족 포함 가까운 지인들은 거의 다 아이가 있다. 다들 육아에 지치고 힘들다고 얘기는 하면서도 아이를 키운다는 건 세상을 살면서 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경험이라고들 한다. 그리고 그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남편이나 부모님을 사랑하는 감정과는 차원이 다른 감정이라는 얘기를 거의 공통적으로 한다. 이유가 너무 감정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게 나의 솔직한 마음이다.


아이들이 너무 귀엽고 좋다. 원래도 아이를 좋아했었지만 조카가 생긴 이후로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대하는 마음이 완전히 달라졌다. 요즘은 지나가는 아이들만 봐도 너무 귀여워서 꼭 한번 돌아보게 되고, 식당이나 백화점 등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는 손한번 흔들고 눈을 꼭 맞춰보게 된다. 일주일에 몇 번씩 만나는 조카만해도 만나면 끌어안고 뽀뽀하고 냄새맡고(아이들 냄새 너무 좋지 않나요ㅠㅠ) 애정과 사랑을 표현하게 된다. 동글동글한 머리, 보드라운 머리카락과 피부, 통통한 손발, 귀엽지 않은 곳이 없다. 존재자체가 사랑이다. 몸이 저절로 반응하는 찐사랑 ♡

혹자는 내가 이모라서 육아에 대해 주양육자로서의 책임감이 없어 그런거라는 얘기를 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나는 서초구 내에서는 육아에 많이 참여하는 이모 중 한명이 아닐까 생각을 하기 때문에 ㅎㅎㅎ 육아의 고충을 20~30%는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기다리는 남편과 양가 부모님 포함 가족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고 궁금하다. 최근 몇 달은 마음을 푹 놓고 쉬고 있기에 배테기나 임테기를 거의 안 해 봤지만, 한창 집착했을 때에는 각종 증상들에 혹시 이번달은 임신이 아닐까 생각도 했었고,  테스트기에서 두줄이 나오면 남편에게 어떻게 서프라이즈를 해 줄지, 부모님들께는 어떻게 말씀 드릴지에 대해 혼자 시뮬레이션을 해 보기도 했다. 안타깝게 아직 해 본적은 없다. 이제는 우리만큼이나 아이를 기다리는 가족들에게도 꼭 기쁜 소식을 전해주고 싶다.




아이를 낳는 다는 건 선택의 문제가 맞다. 요즘은 자발적인 딩크도 많고 나는 그런 결정을 한 부부들의 선택도 존중한다. 각자의 상황과 가치관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니 어떤 선택이든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나라의 출산율이 어쩌니, 요즘 젊은것들은... 따위의 이야기는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 나도 듣기 거북하다. 그리고 유명 작사가인 김이나 님이 TV에서 한 얘기처럼 나라의 출산율을 위해 내가 아이를 낳을 생각은 전혀 없다.) 

나도 가끔 뒤숭숭한 뉴스를 볼 때 그리고 아직까지 존재하는 물리적인 여러 한계들을 고려하면 정말 아이를 낳아도 되나 하는 고민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기로 결정했다. 단순히 한 순간의 기쁨이나 아이로 인해 행복할 나와 우리를 위한 결정은 아니다. 충분히 고민했고,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부딪히게 될 여러가지 어려움에 대해서도 함께 극복하고 견뎌낼 준비가 되어있다. 긴 시간 기다렸고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육아를 하면서 느끼는 어려움들도 힘들지만 기쁜 마음으로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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