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사하라 사막 마라톤 도전 D-19
모로코 출국일이 2주 남짓 남았다.
현재 심정은 평온하다.
이제 정말 얼마 안남았으니, 차분하게 남은 할일들을 하나씩 잘 마무리짓고 출국할 예정이다.
아, 아직 짐싸는 건 한참 남았다... 식량만 넣었는데 가방이 꽉 차서 멘붕이 왔었다. ㅎㅎ
오늘 다시 도전해봐야지. 식량 부피를 최대한 줄여볼 예정.
어젯밤 일정 끝나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친한 친구 정은이한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야, 너 영상보니까 괜히 울컥하더라." (울먹울먹)
어제 사막 마라톤 짐을 싸면서 장비 협찬해주신 분들께 감사 영상을 찍어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친구가 집가는 길에 이 영상을 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터진 것이다. 눈물이 나는 영상은 아닌데(ㅋㅋㅋ) 친구가 그동안 내가 준비했던 과정들, 고민들을 다 알고 있기에 그 영상을 보며 복합적인 감정이 든 것 같았다.
참고로 정은이가 보고 운 영상은 아래 영상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6AVIUnCpVwA&t=53s
나를 생각하며 울어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요즘 일찍 자는 게 목표여서 원래같으면 집에 가야할 시간인데, 정은이가 갑자기 보고 싶었다. 마침 정은이와 나는 이웃 주민이라 맘만 먹으면 15분 안에 만날 수 있었다. 마침 서로 같은 생각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오랜만에 즉흥으로 만났다!
워낙 평소에 장난도 많이 치고 서로 놀리는 타입이라 또 어떤 장난을 칠지 고민하며 기쁜 마음으로 친구를 만나러 갔다. 근데 친구가 나를 보자마자 울었다. 원래 이렇게 우는 친구는 아니어서 살짝 당황스러우면서도 괜히 더 고맙고 귀여웠다. ㅋㅋㅋ 동시에 내가 그동안 고생했던 과정을 인정해주는 느낌이 들어서 친구에게 큰 위안을 얻었다.
망설이지 않고 즉흥으로 만나길 잘했다.
정은이와 오랜만에 수다를 떨고 집까지 약 40분을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오늘 만나서 했던 이야기들을 다시 떠올렸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계속 미소가 지어졌다.
정은이와 만나서 했던 이야기 중 두 가지가 기억에 남았다.
첫번째는 서로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우리 둘의 최근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또 본인 스스로를 좀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는 점이다. 원래 나는 항상 멋져보이고 싶고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기 어려워하는 사람이었고, 정은이는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각자만의 어떤 계기를 통해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정은이는 회사에서 인생 멘토를 만나 좋은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았다. 그동안 본인이 칭찬에 인색했던 이유가 자기 방어 기제의 일부였던 것 같다고 말하며, 요즘에는 그런 본인의 감정을 인정하고 주변 사람들을 더 칭찬 & 인정해주는 것에 노력하고 있는 과정을 공유해줬다. 10년 동안 서로의 성장 과정을 지켜봐주고 기억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건 참 감사하고 운 좋은 일이다.
두번째는 힘들면 털어놓으라는 정은이의 조언이었다.
내 단골 미용실이 있는데, 최근 정은이도 그 미용실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 미용실 디자이너 분과 서로의 친분이 생겼는데, 몇 개월 전 내 모습이 너무 힘들어보였다는 사실을 그 디자이너 분을 통해 들었다고 한다. 나에게 당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진영이가 요즘 많이 힘들었나보다.'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마 이런 히스토리가 있어서 친구가 내 영상을 보며 더 울컥했던게 아닐까 생각. 아무튼 항상 밝지 않아도 되니 힘들 때는 힘든 내색도 하라고 친구가 얘기해줬다. 고마웠다. 내가 힘들어서 만나달라고 하면 만나줄거냐고 물으니 아, 그건 자주는 어렵다고 했다. ㅋㅋㅋㅋ친구는 엠비티아이 T다^^ 유부녀니까 인정. 뭐 전화는 자주 받아주겠지. ㅎㅎ
행복이란 이런 게 아닐까.
바쁘고 정신없어도 이런 또 하나의 행복의 찰나를 놓치지 않았음에 안도감과 감사함을 느끼는 하루였다.
그럼 다시 짐싸러 가야겠다...! 오늘은 짐싸기 꼭 성공해보자.
[유튜브 <찐파워> 추천 영상: 진짜 행복이란 이런게 아닐까]
https://youtu.be/uAK22dMxnJY?si=L7MTQTAJpATGkp9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