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좀 나눠서 하면 어디 덧나냐고요

by 장윤경

성경공부 끝내고 집에 돌아오니 오후 6시 20분. 오전 9시에 집을 나섰으니 9시간 동안 교회에 머문 셈이다. 집에 돌아오니 극도로 피곤이 몰려왔다. 집안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식탁 위에 '웬 떡'(엄밀히 말하면 '웬 과자')이 있었다. 달달한 초코칩 두 개와 다이제스티브 두 개, 견과류 칠팔 개를 집어 먹고 당 보충을 한 뒤 침대로 가 누웠다.


벽시계를 보며 7시에 밥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스멀스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눈을 떴을 때 시계는 7시 반을 넘어 있었다. 그런데 몸이 일어나고 싶어하지 않았다. 순간 개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밥 안 줄 거야?" 하고 남편이 밥타령을 했다. 그 소리를 들으니 와락 신경질이 났다.


"자기는 2시부터 와서 쉬었잖아. 이런 날은 자기가 알아서 애들 밥도 좀 챙겨주면 안 돼? 그리고 교회 일에 그렇게 비협조적일 거면 집사직도 내려놔."


나도 모르게 과하게 퍼부었다. 더 이상 기다려봤자 안 되겠다 싶었는지 남편이 부엌으로 갔다. 달그락거리며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모양이었다.


소리 지른 보람이 있었다. 쾌재를 부르며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 없이 본격적인 취침에 들어갔다.


다시 눈을 뜬 건 새벽 1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화장을 지우고, 이를 닦았다. 드디어 개운해졌다.


부엌으로 가 보았다. 계란을 넣고 비빔밥을 해 먹었는지 개수대 안에 계란 껍질이 깨져있고 설거지까지 깨끗이 되어 있었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다음엔 화내지 않고 기분좋게 부려먹을 아이디어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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