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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yoon Kim Aug 24. 2024

내 아내는 7살 연상입니다

살면 살수록 좋아지는 아내

내 아내는 나보다 7살 연상이다. 워낙 동안이어서 내가 만나려고 나이를 물어보자 숙녀의 나이를 물어보는 것은 실례라고 하며 가르쳐 주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속아서 연애를 시작했고, 후에 나이를 안 이후에는 이미 늦은 후였다.     




아내와 나는 라면집에 가서 돈이 없어 라며 하나를 시켜 밥까지 말아 둘이서 먹으며 그렇게 매일 만났다. 1년 동안 거의 매일을 만나고 싸우고 헤어지고를 반복했다. 내가 졸졸 따라 다녔다.     


나를 처음 만날 날, 아내는 무척 피곤해 하고 있었는데, 내가 뒤에 몰래 숨겨 두었던 꽃다발을 건네자 피로가 온데간데 없었다고 한다.     




우리는 돈이 없고 결혼반지도 하지 못하고, 신혼여행도 가지 못하고, 인천 월미도의 모텔에서 첫날밤을 보냈지만 참 행복했다.     


우리는 힘든 날도 슬픈 날도 함께 했다. 아내는 속이 깊은 참 좋은 사람이다. 부족하고 연약한 내게 딱 맞는 사람이다.     


공무원이셨던 우리 아버지는 어느날 아내 나이를 알아내시고는 나보고 집에서 나가든지, 아내랑 헤어지든지 둘 중의 하나를 택하라고 했다. 우리 부모님은 모두 경상도 분이셨고, 장인, 장모님은 전라도 목포 분들이셨다.     


나는 과감하게 집을 나와 아내를 택했다. 나를 믿어준 사람을 배신하고 싶지 않았다. 1년 후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부모님은 결혼을 허락하셨고, 손자를 낳아 드리자 아버지가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으셨다.      




우리 집에서는 가장 좋은 최신 휴대폰을 사면 아내가 쓰고, 아내가 쓰던 것은 아들에게 주고, 아들이 쓰던 가장 좋지 않은 것은 내가 물려 받아 쓴다. 돈이 많지 않아 셋 다 사고 싶은 것을 사면서 살 수는 없으니 나는 아무 것도 사지 않아도 아내와 아들이 행복할 때 나도 함께 너무 행복하다.     


가족이 있어 참 고맙고 행복하다. 못난 나의 아내가 되어 주어서 너무 고맙고 20년이 넘는 세월은 한결같은 사랑으로 함께 해 주어 너무 고맙다.      


우리는 지금도 친구와 같이 너무 사이 좋게 잘 지낸다. 아내가 탁구를 배워 탁구신동이라 불리며 함께 탁구도 재미 있게 친다. 아내와 함께 여행도 다니며 함께 하는 시간들이 소중하고 행복하다. 사랑하는 아내가 오래 오래 살며 나와 함께 이제는 조금 편안하게 여생을 더 행복하게 보냈으면 한다. 철없는 꼬마신랑 만나 너무 고생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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