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세상을 찾아가는 소녀의 비상
한 동안 수화(手話)를 열심히 배웠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원봉사를 할까 하는 생각에서 였다. 마침 회사와 가까운 충정로에 서울수화전문교육원이 있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체계적으로 수화를 가르치는 곳이다.
선생님은 원어민 선생님. 청각장애인들이다. 원어민선생님과 영어를 배울 때 대화를 위해서는 영어를 해야하듯이 수화를 하지 않으면 선생님과 대화를 할 수 없었다.(선생님들이 우리의 입술과 바디랭귀지를 이해하신다.)
그렇게 열심히 배우다보니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서 청각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그런시기에 개봉된 영화가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였다.
고등학생인 폴라는 부모님과 동생 모두 청각장애인인 집안에서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녀는 세상과 가족을 연결하는 유일한 창구다. 그런 그녀의 학교에 파리에서 남학생이 전학을 온다. 그에게 호감을 가진 폴라는 그와 같은 동아리에 가입하기 위해 합창부에 지원한다. 한번도 노래를 불러 본 적 없는 폴라의 노래를 듣고 재능을 알아본 합창부 선생님은 폴라에게 파리에 있는 음악학교 오디션을 제안한다. 그러나 가족의 생계(세상과의 의사소통)가 자신이 없으면 어려워진다는 것을 아는 폴라는 그 기회를 포기하려고 한다. 결국 선생님의 설득과 가족들의 이해로 음악학교 오디션을 보러가는 폴라.
온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디션 곡을 부른다. 그 때 나오는 곡 Je Vole(비상).
(발음상 제발이라고 부탁하듯이 들린다.)
"사랑하는 부모님 저는 떠나요.
사랑하지만 가야만 해요
오늘부터 두 분의 아이는 없어요
도망치는 게 아니에요. 날개를 편 것 뿐
알아주세요. 비상하는 거예요
술기운도, 담배 연기도 없이
날아가요 날아 올라요"
노래를 부르며 가족들이 이 노래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수화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폴라.
영화를 보는 내내 사춘기에 접어든 폴라가 이성에 대한 끌림(호기심)과 가족에서의 자신의 역할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안타깝고 마음아팠다.
결국 마지막 오디션에서 수화로 가족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대목에서는 결국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줄거리는 너무나 간단하다. 장애인가정에서 자란 비장애인의 이야기.
실제 청각 장애인 가정에서 자란 프랑스 작가 베로니크 풀랑의 2014년 프랑스 베스트셀러 [수화, 소리, 사랑해! 베로니크의 CODA 다이어리]를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로 장애를 가진 부모와 정상인 자식 간에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의 상황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내 영화의 이야기가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수화선생님은 얘기한다. 장애인과 정상인이 아닌 청각장애인과 건청인이라고. 장애는 잘못된 비정상이 아닌 다름이라는 것이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에 배리어프리 영화관을 운영한다.
배리어프리 영화는 기존의 영화에 화면을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화면해설과 대사 및 소리정보를 알려주는 한글 자막을 넣어 시청각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영화입니다.
영화관에서 미라클 벨리에를 보고 배리어프리 영화관에서 또 한번 이 영화를 보았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슴이 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