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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스타 Oct 10. 2020

[신혼일기] 우리 부부의 먹고사니즘, 1탄!

밥 없는 김밥! 야채를 많이 많이 먹자.

H와 나는 되도록이면 매끼 야채를 많이 먹으려고 노력한다. 가급적이면 저녁에는 밥을 먹기보다는 야채와 두부, 동그랑땡, 고기 등으로 구성하여 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물론, 우리는 피자도 좋아하고 치킨도 좋아하고 간이 센 음식을 먹고 난 후 볶음밥까지 너무 좋아하지만! 이 마음 잠시 멀리 두고,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먹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세척수에 야채를 깨끗이 씻어주고, 정수로 다시 한번 씻겨주고 물기를 뺄 동안, 또 다른 야채의 껍질을 벗기고 먹기 좋게 잘라준다. 되도록이면 조리 중에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도록 쪄주거나, 아주 살짝만 데쳐주려고 한다. 야채는 조금 비싸더라도 자연드림에서 항상 장을 본다!


이렇게 나는 조금씩 H에게 물들어 가고 있다. 우리에게 먹는 일이란 매우 중요하다. 매일 나랑 놀다 하루아침에 입원을 하고 케모포트를 심고 항암치료를 받았던 H. 늘 내 옆에 있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뼈저리게 경험했다. H가 아프기 전만 해도 우리의 앞으로의 시간을 가늠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랬던 내가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하루하루 좀 더 건강한 음식을 맛보며, H와 재미있는 일상을 보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2년 전, H가 치료를 받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이 사람과 결혼을 해야겠다 결심했다. (사람들은 H에게 좋은 사람 만났다고 했는데, 그럼 나는 그때마다 내가 H라는 좋은 사람을 만난 것이라고 말한다. 부족한 나를 채워주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일단 H의 장점을 한 가지 적어보자면, H는 아주아주 대단한 의지의 사나이다! 아무리 내 건강이 나빠져도 이전에 던 음식들을 끊고 새로운 식생활로 나를 길들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고민 없이 습관처럼 마시던 맥주 한 모금, 막걸리 한 잔이 얼마나 귀한 일이었던지! 이 부분은 나중에 자세히 써보도록 하겠다.) 물론, 그는 먹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보내는 시간들까지도 좀 더 재미있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채우기 위해 고민하고 실행하고 지속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이 부분도 나중에 자세히 써보도록 하겠다.  


매번 노력하는 H를 지켜보며, 내가 옆에서 도와줘야겠다 생각을 했다. 우선, 먹는 부분에 있어서는 가능한 한 다양하게 야채를 맛볼 수 있도록 챙겨주려고 한다. 결혼 하기 전만 해도 나는 야채를 정말 먹지 않았기 때문에 야채들을 자세히 본 적도 없었다. 밥 먹을 때마다 야채를 모아 두고 보니 거참 얘들이 어찌나 예쁘게 생겼는지! (탄수화물이 먹고 싶었던 나는 감자를 추가해줌!)

오늘의 메뉴는 밥 없는 김밥! (친구가 한예슬 씨가 먹었다며 추천해준 메뉴다. 그 이후로 자주 해 먹고 있다.)

김밥 재료 완성! 이제 예쁘게 김밥을 싸 볼까나~ 밥 대신 깻잎, 케일, 상추 등 다양하게 올리고, 그 위에 야채들을 쌓는다.

김밥 완성! 참기름을 발라주고, 먹기 좋게 잘라준다. 밥이 없어서 인지 얇게 자르면 터지는 경우가 많아, 두껍게 잘라주는 편이다. 제육볶음이나 불고기, 참치를 곁들여 먹기도 한다.

건강한 김밥이 완성되었다. 간이 안되어 있기 때문에 밍밍할 수 있지만, 먹다 보면 야채 하나하나의 맛을 느껴볼 수 있다. 맛있게 먹어주는 H를 보며, 내가 누군가에게 이토록 빛나는 마음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곰곰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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