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 초음파 찍으며 20분이나 아기를 본 날
아기의 기쁨도 누리지 못하게 할 만큼 나에겐 조금 많이 힘들었던 입덧 기간이 끝이 나고, “지영아 너도 임신 중기 되면 훨훨 날아다닐 거야”라고 말했던 친구의 말처럼 나는 훨훨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거의 대부분의 날을 외식하다가 이제 21주차에는 집에서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남편과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사이좋게 우리 동네를 걷는다. 요즘은 장미꽃이 활짝 피어서 집 앞에 빨강, 하양, 분홍색 장미꽃을 열심히 사진 찍었다. 산책을 하다 보니 좋은 향이 나서 고개를 들었더니 때죽나무라는 꽃나무도 만났다. (인친님이 알려주신 나무의 이름, 때죽나무!)
연고 없는 대전에 내려와서 외롭기도 하지만 진짜 마음에 드는 것은 우리 동네 뷰! 사계절의 매력을 다 느낄 수 있고, 매일 걸어도 매일 달라서 질리지가 않는다. 이제 3년 차가 되니 그 자리에 어떤 나무와 어떤 꽃이 피는 지도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오늘은 정밀 초음파를 찍는 날이었기 때문에 의사 선생님께서 무려 20분이나 아기를 보여주셨다.
이전에 짧게 짧게 머리둘레, 배 등 간단히 보던 초음파와 다르게 영상 속에서 아기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과 얼굴까지 포착되니 남편과 나는 정말 신기했다. 뱃속에서 아기가 다섯개의 손가락과 다섯개의 발가락 뿐만 아니라 포즈를 취하면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본다는 것이 정말 생경한 경험이었다.
남편도 이 날 초음파를 보면서 개념적으로만 알던 아기의 존재를 움직이고 살아있는 존재로 만나니 정말 아빠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정말 정말 신기했다. ’반짝아, 너 정말 거기에 있구나!ㅎㅎㅎ 모든 것이 처음인 엄마와 아빠는 너가 양 손을 들어 올려 얼굴을 가리고 손을 흔들 흔들 하고 있는 모습에 반했어. 너무 신기한거 있지? 손가락을 빨기도 했다가, 마지막에는 peace를 하며 손가락을 오므린 너의 모습을 보면서 감동의 감동을 했다!’
이 날을 기점으로 남편과 나는 아기의 존재감을 생생하게 느끼고 왔고, 우리 집에 아기가 찾아온 다는 것을 가슴으로 실감하고 구체적으로 기대하고 또 기대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