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서비스들이 다 담아낼 수 없다.
이전 글에서 필자의 직업환경의학에 대한 접근이 다른 전문의들과 다르게 독특하다고 언급한 적이 있었다 (의사도 모르는 직업환경의학과). 필자는 개별 기업이 직업의학과 환경의학 서비스에 대한 궁극적 지불자라고 본다. 즉 일반 전문의들은 특수건강검진이나 보건관리대행 등의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지만, 필자는 사실 이런 서비스들은 도구들이라 생각하고 더 중요한 건 직업보건과 환경보건의 수준을 향상시키려는 기업의 의지와 그들의 payer로서의 지불의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서비스들은 사실 정부가 지정해서 시행하는 측면이 크지만, 이런 서비스의 범위를 넘어서라도 그들 기업의 직업보건과 환경보건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추가 비용을 더 지불하고서라도 수준을 향상시키려는 기업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기업의 의지도 국가나 사회의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 측면이 크다. 최근 파리 기후 협약이니 기후 위기니 스톡홀름 협약이니 마이크로플라스틱이니 ESG 경영이니 하는 것들은 사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강화된 분위기를 이야기해 준다. 개별 기업의 직업보건과 환경보건에 대한 지불의사가 이런 전체 사회의 흐름에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이다.
지금 개별기업의 직업보건이나 환경보건에 대한 수요들 중에, 위의 특수건강검진, 보건관리대행, 작업환경측정 서비스들이 커버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까. 있다면 무엇일까.
1. 기존의 3가지 서비스들은 특정 공정의 직업보건적 잠재위험에 대해서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기업의 오너나 경영자가 이 부분에 대해 알고 싶다면 추가적으로 컨설팅을 받는다던지 해서 알아내야 한다. 예를 들면 과불화합물을 다루는 중간제조공정을 담당하는 화학기업의 경우, 과불화합물에 근로자가 노출될 경우 어떤 건강장해가 발생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을 수 있다.
2. 1에서 확장된 것인데, 그렇게 해당 기업의 개별 사업장에 대해 어떤 종류의 직업보건적 위험이 있고, 이런 잠재위험에 대해 예방대책이 있는지 알고 싶어할 수 있다.
3. 해당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나 중간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 폐기물, 부산물 등이 환경보건적으로 어떤 위험을 가지는지 알고 싶을 수 있다. 이런 폐기물이나 폐수가 주변에 거주하는 거주민들에게 어떤 건강위험을 끼칠지, 그리고 이런 잠재적 건강위험으로 인해 시민단체의 반발이나 법률적 대응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런 건강위험을 줄이기 위해 자사가 취해야 하는 예방조치에 대해 궁금해 할 수 있다.
4. 3은 특히 법률적 규제와도 연관이 깊은데, 향후 이 제품이나 부산물에 대해 어떤 규제가 생기며, 선진국의 규제상황은 어떠하며, 자국의 규제에 있어 어떤 변화가 있을지, 향후 규제의 변화방향은 어떻게 될지 궁금할 수 있다.
위의 기업들이 가지는 질문들에 대해 정확히 답변해 줄 수 있는 전문가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밖에 없다. 일반 임상의학과의 전문의는 답변해줄 수 있는 직업환경보건의 전문지식이 부족하다. 보건학 박사학위를 가진 의사가 아닌 사람의 경우에는 의학적 지식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가장 좋은 것은 보건학이나 의학박사 학위를 가진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일 것 같다. 더불어 현직 교수라면 최적의 포지션일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현재 개별기업들은 위의 4가지 수요가 매우 크지만 이를 해결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고, 일부 기업들이 ‘산업보건의’ 제도를 사용해 산업보건의를 위촉해서 일부 이런 의문들에 대해 해결하고 있지만 산업보건의로 일할 수 있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필자는 개별기업이 전문가들에게 발주하는 컨설팅 프로젝트가 더욱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의 의문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프로젝트성의 컨설팅 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1달에 1번 정도 방문하는 산업보건의가 위의 의문들에 대해 진지하게 답변하고 해결해주기에는 무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