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주제를 새로운 논문에서 다뤄보고 싶었다. 일하다 죽거나 다치는 리스크는 occupational health risk 이고, 기후변화의 보건학적 리스크는 environmental health risk 이다. 근데 사람들은 기후변화의 리스크에는 열광하면서 ESG (Environment, Social, and Governance)를 외치고, 일하다 죽는 리스크에는 사실 별 관심이 없다. 평택항에서 300kg 쇳덩이에 사람이 깔려 죽었는데 한강의 손정민 군 사건만이 언론의 관심을 받는다. 왜냐고? 나는 평택항에서 일하다가 300kg 쇳덩이에 깔릴일이 없거든요. 근데 한강공원에서 술 마시는 건 가끔 친구들이랑 하는 거거든요.
빌게이츠 같이 대단한 사람들까지 나서서 미국 대통령들까지 나서서 기후변화를 막자고 하는 것은 environmental risk가 지구 구성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돈이 많고 아무리 재벌이어도, 권력자여도, 탄소배출로 지구가 뜨거워지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가 없다. 그런데 평택항에서 일하다 깔려죽는 건 재벌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이렇게 직무에 딸려오는 리스크를 outsourcing 해 버리고 재벌은 low risk의 high benefit 일만 골라서 하면 된다. 이런 마인드가 있기에 직업 리스크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이다.
환경 리스크만큼이나 중요하고, 우리 직업환경의학과의 많은 교수님들이 열심히 이 분야에서 일하고 계시지만, 직업 건강 리스크에 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적다. 환경 리스크는 또 반대로 일반인들은 관심을 많이 가지는데, 정작 한국의 연구자들 중에 이 환경 리스크를 제대로 연구하는 사람은 많이 없다. 비교적 최근에 떠오른 분야이고, 제대로 된 연구를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많이 필요한데, 이를 제대로 갖추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여튼 리스크를 누가 부담하는지, 다른 주체에게 전가가 가능한지 여부가 (특히 힘없고 못사는 사람들), 한 사회가 어떤 리스크에 관심을 갖고 줄이려고 노력하는지 여부를 결정한다. 부자도 영향을 받는 환경 리스크는 정재계가 일제히 나서서 줄이려고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노동자만 영향을 받는 직업 리스크는 사실 그 직업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면 관심이 없다. 그 직업에 일하는 사람조차 그런 리스크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근로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이 얼마나 통탄스러운 일인가. 사실 리비전 중인 이 논문은 이런 사안을 다룬 것인데 이 부분을 삭제하게 되어 정말 아쉽다.
사실 이런 적절한 보상 없이 리스크를 전가하는 행위는 국가간에도 일어난다. 대표적인 게 위험산업이나 공해산업 등은 후진국으로 옮겨가는 행위다. 후진국은 그런 리스크에 대한 규제가 적고, 사람들의 인식도 낮아 그런 리스크에 대해 치뤄야 할 반대급부가 적으니 상대적으로 이런 산업에서 움직이는 자본들은 그런 후진국들로 자연스럽게 옮겨가는 경향이 있다.
하여튼 직업이든 환경이든 리스크를 적절히 인지하고, 이를 줄이거나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며, 이를 outsourcing 할 때는 상대방에게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맞다. 이게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핵심 내용이다.
블로그 글: 일하다 죽거나 다치는 위험 vs 기후변화 위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