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학자로서, 그리고 국내의 대표 환경보건학자들에게 사사받은 학위자로서 한 번 이야기를 해 보자면, 우리가 무의식 중에 추종하는 무분별한 자연주의는 사실 건강에 정말 좋은지 잘 모른다. 도시화와 과도한 산업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나는 공해저감, 자연친화의 역사적 움직임에는 동의하지만, '자연주의'라 불리우는 사상이 실제로 사회의 건강을 증진시키는지에 대해선 역학 (epidemiology, 보건학의 핵심 분야)적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실 실제로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은 매우 위험하다. 멀쩡한 도시인을 사바나 한 가운데 떨어뜨리면 아마 1주일도 채 넘기지 못하고 죽을 가능성이 높다. 맹수에게 먹히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우선 벌에 잘못 쏘이기만 해도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일어난다. 너무 야생화된 자연 한 가운데에 들어가면 온갖 알러젠 노출로 인해 두드러기 반응이 일어나거나 천식이나 알러지 비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말라리아와 뎅기열을 품고 있는 모기와 온갖 종류의 해충들은 어떠한가. 무조건적인 자연주의는 지양되어야 하고, 자연의 일부분들은 사실 엄밀한 과학적 검증을 거쳐 우리 문명 사회에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자연도 날 것 그대로 위험한 상태 그대로 도시에 들여오기보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처럼 통제된 상태로 기분좋고 건강에 좋은 만큼만 들여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님 팀의 연구결과를 보면 도시의 녹지공간이나 자연환경이 신장기능의 악화 방지나 정신 건강 등 여러 측면에서 건강에 좋은 역할을 하는 것을 확인 가능하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교실의 홍윤철 교수님은 최근 도시 환경과 건강 사이의 interaction에 대해 연구하고 계시다고 한다. 최근 학술논문 출판사 Elsevier에서는 city and environmental interactions 이라는 학술저널을 창간했는데, 우리가 사는 도시환경이 우리의 삶 및 건강에 미치는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는 것이라 본다.
하여튼 무분별한 문명 피하기, 의료 피하기, 시스템 피하기, 제도 피하기 등은 자연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좋은 것으로 선전되곤 하는데, 이런 것은 사실 엄밀한 관찰과 과학적 연구를 통해 정말 건강과 삶에 좋은 것인지 검증이 되어야 한다. 시스템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필자의 입장으로는 사실 자연주의라는 탈을 쓰고 사회가 구축해 놓은 시스템을 이탈하거나 시스템의 중요성에 대해 평가 절하하는 움직임이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이 부분은 과학적 (역학적) 연구를 진행하여 논문을 내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히 시스템 안에서 function하고 살아가는 개체들의 건강과 삶이 더 풍요롭고 다채롭고 좋을 거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조건적으로 시스템을 배격하는 소위 '자연주의' 입장은 과학을 하는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비효과적이거나, 모순을 양산하거나, 일부분이 지체되어 있거나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경우들에도 개인입장에서는 시스템 안에 남아있는 것이 리스크 관리나 여러 측면에서 더 낫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시스템이 비효과적일 때 참여자로서 그 시스템을 수정하는 것도 참가자의 몫이다. 이번에 이준석 대표가 30대 중반의 나이로 당대표에 당선된 것도 이러한 예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참고로 정치 성향을 전혀 드러내지 않으며,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사회에 도움이 될만한 글만을 올리려고 한다. 정치와 관련된 논쟁은 중요하나 이 블로그에서는 전혀 다루지 않는다.) 시스템은 한 사회의 역사가 진행되는 동안 모진 풍파를 거치며 그 기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기 때문에 필자는 시스템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하는 것이다.
블로그 글: 무분별한 자연주의는 좋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