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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l 29. 2022

한국은 후기사회자본주의 국가이다

시스템의 승리

한국은 대내외적으로 명백하게 자본주의 국가이다. 자본을 벌기위해 열심히 일하고, 다들 최대한 노력한다. 사회의 가치있는 자원들이 통화가치를 기준으로 해서, 자본을 매개로 해서 거래된다. 개인은 개인의 자본축적을 극대화할 자유가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여기까지는 맞다.


그런데 말이다. 이게 과연 몇 세대나 이어질까. 한국의 상증세법을 보면 자본이 30억이 넘었던 사람이 죽으면 (상속세) 50%의 세율이 매겨진다. 일단 50%를 가져가고 그 다음에 나머지를 가족들이 나눠갖는 것이다. 아침에 출근을 하다가 대로변에 잘 지어진 커다란 상가를 보면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든다. 아주 운이 좋고 돈이 많은 사람이 저 상가를 통채로 가지고 있는데, 그 사람 (한 세대라 생각하자) 이 죽고 나서 저 상가의 절반이 국가의 몫으로 사라지고, 나머지 절반으로 자식들이 나눠가지는데, 그 자식들 (자식 세대)이 또 죽으면 또 절반을 국가가 다 가져가고, 나머지 절반이 손주들 (손주 세대)에게 간다. 결국 3대가 지나면 개인에게 남는 몫은 조부-조모 세대가 가졌던 저 커다란 건물의 반의 반도 안되는 아주 작은 몫을 가지게 된다.


근데 말이다, 이 게임 좀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다. 이 게임에서 결국 영구히 승리하는 집단은 국가다. 국가 시스템이다. 국가는 안정적으로 robust하게 절반씩을 꾸준히 떼어간다. 그리고 그 자신의 시스템을 강화한다. 결국 이 게임의 최종 승리자는 대한민국이고, 그 자본이 재투자되는 대한민국의 국가 시스템이다. 이게 유럽 선진국들의 현재 모습이다. (미국은 아니다.)


결국 한국은 자본주의를 표방하지만, 자본주의가 극으로 발달한 현재는 가히 ‘후기사회자본주의’라고 불리울만하다. 부의 세습이 부분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결국 희석되어 금방 없어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자식세대나 손주세대가 그 부를 지킬만한 지식과 능력이 없다면 더욱 금방 사라진다.


결국 자식에게 부를 물려주는 것이 얼마나 남지 않는 장사인지 금방 파악이 될 것이다. 차라리 지능이나 학습, 습관, 가풍, 분위기, 아우라, 지적자산을 물려주는 것이 낫다. 이런 것들은 대대손손 이어질 확률이 부보다 차라리 높다.


지금 당장은 젊고 돈이 전부인것 같고, 돈만 있으면 다 될거 같으니까 열심히 달린다. 돈을 벌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근데 당장 소득이 1억, 1.5억, 2억을 넘어가면서 국가가 가져가는 몫이 절반 가까이로 많아지고, 더군다나 내가 그렇게 모아도 자식에게 갈 때 절반을 국가가 가져가며, 그마저도 자식이 능력이 없거나 학습역량이 부족하면 그 절반을 지킬 확률도 매우 적다. 결국 자신의 삶이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것이다.


이런 것은 상속을 직접 경험하거나 주변에서 경험하는 것을 직접 보고듣지 못하면 잘 모른다. 상증세가 몇 퍼센트인지 당장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은 후기사회자본주의 국가라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그리고 자본을 모으기 위해 평생을 바치는 삶이 꽤나 비효율적이란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필자는 경제학과 졸업생도 아니고, 정통경제학을 공부한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필자가 대략 무슨 말을 하려는지 경제학 전공자도 알 것이다. 사실 이런 주제는 경제학의 정통 주제도 아니고, 정식 학술논문에서 잘 다뤄지지도 않을 것이다. 필자가 학술논문을 쓰기 때문에 잘 안다. 하지만 이런 일상생활에서 생기는 통찰이 진짜라는 것도 안다. 내 전공분야에서 이런 생각을 잘 살리면 좋은 학술논문이 나온다. 하지만 꼭 전공분야가 아니더라도 이런 귀중한 통찰은 그냥 버리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블로그에 이렇게 남겨두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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