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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Aug 03. 2022

하청업체 노동자가 원청업체 노동자보다 위험하다

2022년 7월 출판 논문


*International Archives of Occupaitonal and Environmental Health에 2022년 7월 출판된 논문입니다.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00420-022-01858-4



위 논문은 필자가 군의관 전역 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내려가서 일하고, 그 뒤 서울성모병원에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로 들어가서 일하면서 느꼈던 점에서 착안해 논문으로 엮은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같은 대기업 사업장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본인들이 선택받았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이는 업무분장에서도 드러나는데 위험하고 리스크 있는 일들은 주로 하청업체의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원청업체의 노동자는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고 안전한 업무에 종사합니다. 이는 아마 산재의 발생률이나 여러가지 산업안전보건 관련 지표들을 지켜내는데 유리한 구조라서 경영진이 그렇게 설계한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시민단체나 그냥 소위 신문사설을 쓰는 평론가들이 말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제대로 학술적으로 증명된 적이 있을까요? 학술논문들이 이 주제에 대해서 2-3 번 다루기는 했었지만 한정된 숫자의 데이터와 데이터 분류방식, 그리고 분석방법 면에서 아쉬움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이 논문은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제9차 산업안전보건실태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이 자료는 사실 제1차부터 3년마다 시행해오고 있는데, quality control이 이제 논문을 본격적으로 작성해도 될 정도로 높아졌다고 안전보건연구원의 한 연구원이 이야기해주어서 작성을 시작했습니다. 아주 상세하게 5000개가 넘는 사업장의 100만명이 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여서, 매우 효과적인 자료고 덕분에 이 논문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논문 요약입니다.


서론: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직업병이나 직업성 손상 예방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떤 직업적 유해인자들은 완전히 제거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위험들이 결국 하청업체로 떠넘겨진다면, 이는 직업의학적으로 ‘위험의 전이’라고 불리울 수 있습니다. 이 연구의 가정은 어떤 사업장의 직업성 손상과 직업병의 위험이 그 사업장의 원청-하청 관계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에서 ‘내부 하청업체’는 원청 사업장의 내부에 위치한 하청업체이며 ‘외부 하청업체’는 원청 사업장의 외부에 위차한 하청업체입니다.


방법: 분석에는 5219개의 사업장이 포함된 제9차 산업안전보건 실태조사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 자료가 사용되었습니다. 노동자가 없는 45개의 사업장을 제외하고 5174개 사업장의 1,072,583명의 근로자가 연구에 포함되었습니다. 원청-하청 지위를 독립변수로, 사업장 당 발생한 직업성 손상과 직업성 질병의 횟수를 종속변수로 사용한 포아송 회귀분석이 사용되었습니다. (포아송 휘귀는 우측편이를 보이는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에 적합한 분석 모형입니다.)


결과: 원청 업체에 비해 외부 하청업체는 1.66 (95% 신뢰구간 1.09-2.41)배의 직업성 손상 및 직업성 질병 발생률을 보였습니다. 내부 하청업체는 1.39 (95% 신뢰구간 1.07-1.78) 배의 직업성 손상 및 직업성 질병 발생률을 보였습니다. 반면에 어떤 업체의 원청이면서 또 다른 업체의 하청인 사업장은 0.69 (95% 신뢰구간 0.57-0.84)배, 원청업체도 하청업체도 아닌 직접 소비자와 컨택하는 업체는 0.91 (0.76-1.07)배의 직업성 손상 및 직업성 질병 발생률을 보였습니다.


고찰: 이 논문은 하청업체가 (내부 및 외부 모두 포함) 원청업체에 비교하여 직업성 손상과 직업성 질병의 발생률이 높다는 사실을 증명해냈습니다. 향후 사업장 단위의 설문조사가 아니라 환자-대조군 연구나 코호트 연구 같은 개인 단위의 역학적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특정 하청작업과 관련된 특정 직업성 유해요인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논문은 최초로 원청업체에 비해 하청업체의 직업성 손상과 직업성 질병의 발생률이 높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한 논문입니다. 그 동안 막연히 그럴 것이라는 추측이 아니라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제9차 산업안전보건 실태조사 자료를 사용하여 객관적으로 타당성을 갖추어 증명한 논문입니다. 따라서 이 논문의 후속연구로서 환자-대조군 연구나 코호트 연구 같은 개인 단위의 역학적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특정 직업군과 관련된 특정 직업성 유해인자의 위험요인 등을 밝히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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