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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l 01. 2024

투자에서 장기전의 중요성: 북베트남과 미국의 협상

미국은 최고급호텔을, 북베트남은 파리 외곽의 허름한 숙소를 구했다.

동서 고금의 전쟁사를 훑어보면 패배하는 쪽의 정해진 공식이 있다. 열세의 병력과 보급으로 단기전을 통해 승부를 서둘러 마무리 짓고 이를 확정하려 한 점이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이 국민당을 대만으로 몰아낸 것처럼 끊임없이 산속에서 봉기하면서 민중의 세력을 규합하면서 양동작전을 벌이며 장기전을 벌이면 역사에서 최후의 승리자가 될 수 있다. 


장기전은 승리에 있어서 너무 중요하다. 왜냐하면 보통 단기전으로 양쪽이 다 승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은 한 쪽의 병력이 바닥을 보일 때까지 병력을 투입한다. (인간의 본성인 것 같다.) 그러다가 도저히 못 버티는 쪽이 항복을 선언하기 마련이다. 


이런 전쟁의 보편적 속성을 안다면 처음부터 전쟁을 계획할 때 장기전으로 갈 것을 염두에 둬야함을 알 수 있다. 필자가 지금 전쟁이라고 표현했지만 투자와 같은 말이라고 보면 된다. 투자가 왜 전쟁이냐고? 전쟁 맞다. 내가 매수 포지션을 잡으면 그 매수 호가를 제시한 사람이 설마 당신과 같은 선량한 시민일 거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보통 호가 조성자 (증권사)가 호가를 제시하고 물량을 푼다. 혹은 기관이 물량을 푼다. 그들은 당신과 반대되는 포지션을 잡고 있고,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본다. 설마 그들이 실물 보유 물량만을 호가에 올려놓을거라 순진하게 생각하진 않기 바란다. (필자는 주로 지수를 거래하기에 지수를 예로 들고 싶으나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해 주식을 예로 들었다.)


여기서 베트남전 종전 협상의 예시를 들고 싶다. 협상은 파리에서 진행이 되었는데 미국은 국내의 반전 여론 때문에 시간이 제한되어 있었다. 고급호텔을 잡은 미국은 날마다 큰 돈을 지출했고, 이 또한 압박이었다. 반면 북베트남은 파리 외곽의 허름한 집을 3년 통채로 임대했는데, 임대계약이 얼마든 장기연장이 가능한 구조였다. 이 협상에서 시간을 확보하고 장기전을 벌인 것은 북베트남이었고, 결국 협상에서 유리한 구도를 잡고 유리한 쪽으로 종전협상을 이끌어냈다.



무슨 승부를 하던 장기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상대는 내가 시간의 압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면 정말 세차게 흔들어 댄다. 증시로 치면 내가 적당히 하락했다 싶어 매수 포지션을 잡고 단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으면 끝까지 하락방향으로 밀어붙이는 식이다. 이런식으로 2020년 코로나 당시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갔을 때, 배럴당 crude oil 20달러 정도에서 매수 포지션 잡았던 사람들은, 0달러를 넘어 마이너스로 가는 유가를 보며 모두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며 손절을 했다. 국제 투기자본 세력은 사람들이 보통 단기전을 생각하고, 한 마디로 먹고 튈 생각을 하고, 임시 자금을 끌어모아 포지션을 잡은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절대로 단기전으로 끝내주지 않는다. 


하나 고백하자면 필자는 나스닥 매도 포지션을 상당히 크게 2020년 중반부터 잡았고, 1.5억이 넘는 평가손을 1년 동안 버텨서 2021년 하반기 2022년 상반기 나스닥 하락에서 거의 2배 가까운 이익을 남겼다. 1년 반이나 버블상태가 지속되었던 것이다. 아마 이 와중에 수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매도 포지션을 유지하지 못하고 손절을 했을 것이다 (만약 매도 포지션을 잡았다면). 그러나 필자는 버텼다. 그 이유는 말도 안되는 버블이 계속 될 순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금의 부동산도 필자는 마찬가지라 본다. (필자는 현재 아이가 둘 있는 무주택자다. 금리 최저점에서 결혼했다.) 혹자는 서울 아파트가 2021년 전고점을 넘어 2배~3배는 더 오를거라고 주장한다. 필자는 이미 서울 아파트를 포함한 한국 부동산이 고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쉽게 하락이 올 거라고 생각치도 않는다. 왜냐하면 매수 포지션을 쥔 기득권이 절대로 금리를 높이려 하지 않거나 최대한 가격하락이 올만한 요소들을 통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처분소득 대비 가격이 뉴욕의 몇 배나 되는 현재의 서울 요지 부동산 가격이 계속 지속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치 않는다. 따라서 무주택자인 필자의 입장에선 장기전을 기획해야 하는데, 이 와중에 주택을 사려고 안달복달하면 필자가 필패하는 게임이 될 것이다. 따라서 여차하면 평생 무주택자로 월세나 전세를 살겠다고 각오하고, 여차하면 도시 아주 외곽이나 나홀로 아파트 등에 평생 거주할 생각까지 하면서 살아갈 생각이다. 10년 이상의 장기전을 각오하겠다는 것이다. 이게 코로나 시기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뒤늦게 경제활동을 시작한 저주받은 베이비부머 다음 세대의 전략이다. (전문의는 태생적으로 경제활동이 동년배 남성에 비해 늦을 수밖에 없다.) 증여나 상속을 기대할 수 없는 사람의 입장에선 이렇게라도 장기전을 기획해 승리해야 한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요지는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필연적으로 장기전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는 당신에게 쉽게 이익을 허락하지 않는다. 어떤 투자 대상의 가격이 쉽사리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거란 사실을 이해하고,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전을 기획한다면, 긴 승부에서 최후의 승자는 당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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