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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한 번도 없었던 삶을 살고 있다

정지우 변호사/작가의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by 문 진영

최근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은 정지우 작가 겸 변호사님의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이다. 이 책의 경우는 국어국문학과 학사/석사에서 작가로서 등단을 꿈꾸던 분이 오랜기간 문장을 연습한 후 로스쿨에 가서 변호사가 되셨기 때문에, 문장 하나하나가 유려하면서도 복잡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고, 이런 문장들이 모여 아름답다고까지 생각되는 글을 구성하고 있기에, 독자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의 여러 부분이 기억에 남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작가가 현재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삶을 스스로 살고 있다'고 한 부분이다. 그리고 '다시 삶을 살아도 한 번 밖에 없는 독자적인 삶을 살아야 하고 그럴 것이다'라는 작가의 다짐이다.


이 부분이 의미있는 것은 현재 한국사회를 포함한 국제사회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사회문화적 환경속으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전후세대인 베이비부머가 노령자에 접어들었고, 그 아래 86세대가 현재 사회의 제일 윗단에 위치하지만 이들도 곧 은퇴를 앞뒀거나 거의 은퇴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이나 주식 등 각종 자산은 잠재성장률의 극단적 저하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고, 그 꺼지지 않을 것 같던 중국경제조차도 현재 상황이 좋지 못하다.


직업적으로도 잘 나가던 전문직이랄 것이 현재 한국에선 별로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고, 공공기관이나 공공 영역의 직업들은 급여가 너무 낮아 지원자가 매우 적은 상황이다.


즉 사회의 변화속도가 너무 빨라 그 동안 표준적인 삶이라고 불렸던 형태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스스로의 판단으로 현재까지 없었던 독자적인 삶의 형태를 창안해 내야 한다. 이런 생각의 연장으로 작가는 '롤모델을 일부러 두지 않는다'고 했다. 롤모델을 두고 이를 무조건 따라가려고 하는 것이 자칫 자연스럽지 못하고 억지로 삶을 일그러뜨리며 어떤 가상의 무언가에 자신을 끼워맞추게 된다는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이러한 사회경제적 상황의 변화나 작가의 생각에 깊이 공감을 하고 있다. 필자도 여지껏 의학/의료 분야에서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삶의 형태를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하나만 지목하자면, 의학 논문을 읽어주는 유튜브 채널인 '논문으로 말아주는 건강상식'을 죽을 때까지 평생 운영할 생각이다. 그리고 현재 올해 3월 대학병원에서 로컬병원으로 적을 옮기면서도 현재까지 SCIE급 논문 세 편을 출판하였다. (마지막 한 편은 현재 출판 프로세스 중이다.)


보통 로컬 병원으로 나가게 되면 이러한 학술활동은 중단하는게 그간 의료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죽을 때까지 로컬에서 일하더라도 이런 학술활동을 중단할 생각이 없다. 이렇게 그 동안 의료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로서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의사로서의 존재 (로컬 봉직 의사)와 학술적 지식 생산자로서의 의학자로서의 존재 (의학 연구)를 분리시켜서 공존하는 모델을 추구해 보려고 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측면이 있지만, 이렇게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삶의 모델들을 필자 삶의 다양한 측면에 적용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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