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 진영 Jun 07. 2021

워렌 버핏은 정말 투자의 구루일까 (2편)


앞선 글 워렌버핏은 정말 투자의 구루일까 (1편)에서 워렌버핏이 언급 했었다고 알려진 한 문장 한 문장에 대해 정말 워렌버핏이 한 말인지 검증해 보았다고 한다면, 이번 2편에서는 전반적인 관점에서 워렌버핏의 성과를 조망해보는 글이 될 것이다. 워렌버핏의 성과는 괄목할만하다. 버크셔라는 거선을 이끌면서 연 평균 한 해도 빼놓지 않고 거의 20%의 수익을 연달아 기록했기 때문이다. 스노볼 (워렌버핏 평전)의 서술을 기준으로 할 때 그는 매우 명석 두뇌의 소유자이다. 철저하게 손실과 위험을 계산하고, 본인이 이길 수 있는 확률만큼만 베팅하며, 한 번 물면 잘 놓지 않고 얻을 때까지 물고 늘어지고, 자신이 잘 아는 미국 시장을 절대 떠나지 않는다. 브릿지 게임 (카드 게임)을 굉장히 즐긴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력이 수준급이라 세계 챔피언이 와도 이기기 쉽지 않을 거라고 한다.


필자가 여기서 제시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에는 그럼 이런 사람이 역사상 없었는가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이병철, 이건희, 구인회, 정주영, 이명박 모두 다 두뇌가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다. 이 사람들이 미국에서 미국인으로 태어나 투자에 대해 배우고 제조업이 아니라 투자로 세계를 주름잡는 월가 한 가운데에서 살았더라면, 아마 워렌버핏보다 더 뛰어날 수도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럼 필자의 논의가 지적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환경의 차이다. 환경이 밑바탕에 깔린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 말이다. 한국과 같이 전쟁 이후 완전히 폐허가 된 상태에서 선진국까지 뛰어오는 동안은 제조업 수출과 건설, 재벌 자본 체제가 상당히 효율적이었다. 이 효율적 길을 걸은 사람들이 위에서 언급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미국과 같이 이미 세계 1등의 자리를 1, 2차 대전동안 확립한 국가에서는 금융의 지배가 가장 중요하다. 이미 벌어들인 자본을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천차만별이 된다. 세계의 주요 거점들을 장악하고, 제대로 자본을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두 나라의 발달 단계가 달랐기에, 그 바탕에서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의 발전 양상도 달랐던 것이다. 즉, 필자가 여러 글에서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환경이 그 위에서 상호작용하는 주체들의 발전 양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인과의 고리는 단순하지 않다.) 만약 우리 지구가 우주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고, 각국이 화성 진출에 목숨을 걸고 있는 단계에서 한국과 미국이 존재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수 많은 부자와 재벌이 우주 개발 산업 분야에서 나타났을 것이다. 이렇듯 환경은 그 환경 위에서 존재하는 주체들에게 너무나 중요하다.


워렌버핏을 만약 1960년대 한국에 갖다놓았으면 무슨 사업을 했을까. 아마 건설업을 했을거다. 가장 자본주의 초기에 발달하는 은행은 한국의 경우엔 국가가 꽉 쥐고 있었고, 결국 건설업 밖에 폭발적 자본 증식을 기대할 곳이 없었다. 그래서 현대, 대림, 동아 같은 수 많은 건설 재벌이 탄생한 것이다.


어쨋든 필자는 한국의 투자자들이 워렌버핏을 무조건 찬양하기보다, 한국의 역사적 발전과정을 이해하고, 이제 한국에서도 워렌버핏 급의 세계사적 인물이 나올 때가 되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대표적인 것이 서정진 회장이다. (필자는 아주 초기 셀트리온 투자자였고,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헝가리 창고와 관련된 논의를 모두 다 매우 잘 알고 있으며, 심지어 주주간담회 자리에서 서정진 회장에게 질문도 직접 했었다. 그러니 서회장에 대한 여러 세간의 부정적 평가는 여기서 다루지 않기로 한다.) 서정진 회장은 세계사에서 한국이 기억 될만한 기업을 단기간 (20년)에 키워냈고, 그것이 비록 상장놀이, 자본놀이였다고 폄하해도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와 공장은 건재하다. 한국인도 충분히 잘해왔고, 앞으로도 더 큰 세계로 나갈 수 있다. 워렌버핏만큼 명석한 인물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를 너무 투자의 신처럼 찬양하는 것은 재고의 여지가 필요한 것 같다.


블로그 글: 워렌 버핏은 정말 투자의 구루일까 (2편)

이전 06화 워렌버핏은 정말 투자의 구루일까 (1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