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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n 02. 2021

워렌버핏은 정말 투자의 구루일까 (1편)


워렌버핏에 관해서는 모두가 알고있듯이 세계 최고의 투자자다. 그런데 말이다, 정말 말이다, 워렌버핏은 최고의 신과 같은 투자자일까. 그가 내리는 결정이 모두 다 엄청나게 현명하고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경전처럼 떠 받들어질 것일까. 이 주제에 관해서는 책 한 권을 쓸 정도로 방대하지만, 오늘은 요점만 간단히 다뤄보기로 한다. 우선 워렌버핏의 자잘한 격언들부터 시작해보자.


첫째, ‘절대 빚내서 투자하지 마라.’ 정말 이 이야기를 워렌버핏이 말했을까. 만약 그랬다면 웃기는 이야기이다. 워렌버핏 자신은 버크셔 헤서웨이라는 엄청난 보험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보험회사 헤드쿼터의 주 업무는 막대한 고객들의 예수부채 (보험금)를 잘 굴려서 투자수익을 남기는 것이다. 본인은 몇 백프로, 아니 몇 천프로에 달하는 부채를 쓰고, 보험회사를 여러 개, 심지어 재보험사 (보험회사들의 보험회사)까지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빚내서 투자하지 말라니 정말 웃기는 이야기이다.


둘째, ‘절대 옵션 매도를 하지 마라.’ 이것도 정말 웃기는 이야기이다. 보험사 자체가 거대한 옵션매도 포지션을 잡는 자이언트 공룡같은 주체다. 심지어 그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또 옵션을 매도하는 재보험사까지 운용하고 있다. 본인은 적은 확률에 엄청나게 많은 옵션을 매도하고, 가끔 생기는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남들은 하지 말라니, 이것도 좀 웃기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런 실물 손실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은 누군가 나타나서 의도적으로 시장을 흔들수도 없고, 일부러 워렌버핏을 망하게 하려고 극단적으로 시장을 밀어붙일 수도 없다. 하지만 본인은 신나게 하면서 남들은 하지 말라는 것도 좀 웃기다. 차라리 리스크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과소평가하지 말고, 철저하게 관리하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이해를 하겠다.


셋째, ‘우량주 장기 보유가 최고의 투자 수익률을 안겨준다.’ 이것도 좀 의심스러운 말이다. 실제로 버크셔 헤서웨이는 우량주를 장기보유하는 방법을 많이 쓰고 수익률이 좋다. 내가 버크셔 오너라도 그렇게 하겠다. 왜냐하면 이미 막대한 예수부채를 일으킨 상태에서 굳이 더 리스크를 늘릴 필요가 없다. 어차피 결국 올라가는 미국 증시에 배팅해서 안전하게 수익을 올리겠다. 그런데, 워렌버핏이 처음 콜럼비아 대학원을 졸업하고 그레이엄의 개인사무실에서 일하다가 헤지펀드를 차렸을 때 (친척들로부터 모은 10억원 가량), 그는 천부적인 재능으로 자산을 불렸다. 그렇게 일어났다. 빌게이츠와 중국 여행을 갔을 때, 그는 손에서 전화를 놓지 않고 실시간으로 가격을 확인했고, 심지어 그 기간에 Long Term Capital Management (LTCM)가 파산 위기에 몰렸을 때, 그 금융자산 포지션만 그대로 인수하려고 했다 (LTCM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얌체같은 놈 아닌가. 세상에 파산 위기에 몰린 투자기업 금융 포지션만 그대로 들고 나온다. 이거야말로 완전 웃기는 말이다.) 이 일화들은 머니볼이라는 워렌버핏 일대기 책에 나온 이야기들이다. 여러 일화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는 왠만한 헤지펀드 매니저를 능가하는 실력을 지녔을 것이다. 그가 주창하는 우량주 장기보유 전략은 버크셔의 상황에 맞는 투자법이며, 리스크를 관리할 능력이 없는 일반인들에게 맞는 전략이다. (미국 ETF를 장기보유하는 전략을 그는 추천한다. 필자도 이 방법은 좋다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투자 구루가 이야기하는 것을 마치 경전처럼 떠받들고, 그것이 절대 진리인 양 착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절대로 버핏은 우량주 장기보유하는 성격좋고 인심좋은 호호 할아버지가 아니다. 그는 위험과 수익을 정교하게 계산하여 자신의 최대이익을 추구하는 사냥꾼에 가깝다. 다만 엄청나게 큰 그물을 가지고 있고 본인이 많이 움직여도 되지 않을 뿐이다. LTCM 파산 당시 금융자산 포지션만 그대로 넘기라는 말에서 개인적으로 필자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이 행동은 너무나 본인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행동이었다. 하여튼 이 글에서 나온 세부 주제들을 구체화 시키면 정말 많은 분량을 쓸 수 있는데 블로그에는 여기까지만 쓰려고 한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든 생각이다.


기회가 되면 2편을 쓸 것인데, 워렌버핏의 투자 수익률이 좋은 근본적인 이유, 한국에는 그만한 인물이 없었는지, 워렌버핏에 한국에 태어났으면 정주영과 같은 pathway를 걸었을 확률이 크다라는 주제들을 담아보려고 한다.


블로그 글: 워렌버핏은 정말 투자의 구루일까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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