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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n 17. 2021

금 예찬론자 (gold bug)에 대한 반박

오늘의 주제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시스템에 대한 강조의 연장선에서 보면 이 논의는 필자가 반드시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시스템이라는 주제는 보건학, 환경의학, 직업의학을 모두 관통하는 주제로 사실 역학 (epidemiology)에는 systems epidemiology 라는 세부분야가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왜 필자가 무조건적으로 금을 찬양하는 gold bug를 반박하고자 하는지 지금부터 들어보자. 


필자가 살아있는 동안 주로 gold bug들의 예찬론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연준이 Q3까지 무제한적으로 돈을 찍어내는 것을 보고 화폐는 쓰레기이며, 가치가 변함없는 금을 사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가 2013년까지는 통했는데 그 이후로 금이 1100달러까지 폭락하며 gold bug들의 주장이 약간 빛을 바랬다. 하지만 다시 2020년 2000달러까지 고점을 찍긴 했지만 말이다. 


gold bug들의 주장은 이 양적완화를 보고 충격먹은 사람들의 울부짖음과 비슷하다. 화폐가 절대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중앙은행이 찍은 종이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비트코인이나 가상화폐시장이 주목을 받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말이다, 한 번 깊게 생각해보자. gold bug가 찾는 것은 어떤 절대 가치를 지닌 단단한 물체이다. 다이아몬드, 금, 은 이런 것 말이다. 그래야 그들은 안심하고 밤잠을 청할 수 있다. 그 절대 가치 물건을 끌어안고 나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화폐를 가진 사람들이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이는 세상이 근본 에너지의 흐름으로 이루어져 있고, 순환하는 것이 진리이며, 중앙은행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라는 걸 전혀 모르는 생각이다. 

 

주인공은 딱딱한 물체 황금도 아니고 다이아몬드도 아니다. 주인공은 부의 흐름 그 자체이다. 그것을 유도하기 위해 돈을 찍어냈다가 조였다가 하는 것이다. 그 order (질서)에 진리가 있는 것이며 그 질서를 에너지 넘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금에 집착하고 있다면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장담하는데 gold bug들 주장처럼 금이 갑자기 한 순간 10배-100배 상승하면서 폭등하고 인류의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는 일은 결단코 없다. 그런 시스템 붕괴 사태가 일어나면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내든, 빚을 대규모로 탕감해주든, 하여튼 인간과 인간, 조직과 조직, 국가와 국가 사이에 맺어진 약속과 협약을 일시적으로 변경해서라도 시스템을 살리려고 한다. 그렇게 시스템이 살아야 인류 문명 전체가 지속된다. 이 시스템이 문명의 심장이자 혈액이라는 이해가 없는 gold bug들이 물건에 집착하곤 한다. 


gold bug 들의 주장은 시스템 붕괴를 바라고 조장한다는 측면에서 반문명적 포지션인 것이며, 시스템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것이며, 일확천금을 꿈꾸며 황금을 붙들고 있는 샤일록의 모습일 뿐이다. 필자는 여러 번 환경의학, 보건학, 직업의학에 걸쳐서 시스템이 얼마나 우리 사회에 중요한지, 개인이 시스템 안에 있는 것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반복적으로 이야기해 왔다.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무분별한 자연주의에 대하여) 시스템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지켜지는 쪽으로 우리 문명이 움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블로그 글: 금 예찬론자 (gold bug)에 대한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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