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Environment, Social, and Governance 경영 (투자) 열풍이 거세다. 사실 이런 투자 트렌드는 주로 해외 (미국)의 메이저 투자은행이나 증권사, 금융기관, 연기금 등이 정하고, 이게 널리 퍼지면서 유행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국민연금도 최근 개별 기업의 ESG rating을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한다고 공표했고, 삼성증권도 ESG 관련 리포트를 개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고 보도했다.
ESG가 왜 뜨는 걸까. 그럼 이전까지는 ESG에 관심이 없었나? 왜 관심이 없었지. 관심을 갖자고 하면 그게 돈이 되나? 기업 입장에서는 이윤이 남아야 무언가를 하는 법인데 (그래서 기업으로만 이루어진 사회는 결함이 많다.) 이윤이 거기서 나오나? 누가 지불하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이윤이 남아야 움직인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이건 재고의 여지가 없다. 필자는 아직도 기억하는 것이 의과대학 마지막 수업시간이었던 2011년 말에 직업환경의학적 컨셉을 다룬 강의가 있었는데, 필자가 수업 마지막에 궁금증을 못 참고 물어봤었다. '저런 사회적 책임을 다 하면 그게 돈이 되나요? 이윤이 증가해야 지금 말씀하신 것들을 지킬 것 아닌가요? 누가 돈을 지불하죠?' 그러자 교수자 (교수님이 아니라 외부 강의자였다.)가 '국가에서 법으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즉, 이윤이 남는게 아니라, 위에서 더 큰 권력을 지닌 주체가 그렇게 판을 짜고 유도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ESG 열풍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힘을 지닌 수 많은 세계의 주체들이 ESG 쪽으로 방향을 잡고 몰아가고 있다. 이 힘을 지닌 주체들의 집단 지성이 ESG가 다음 방향이라고 정한 것이다. (Sustainable growth 개념은 이전부터 있었고, 사실 Environment, Social, and Governance에 대한 강조 모두 이 Sustainable growth 개념에 포함된다.) 즉 어떤 자체적인 이윤이 남아서 이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돈을 벌던 식으로 계속 버는데, 좀 ESG 부분도 신경쓰자 이런 이야기가 된다.
필자가 속해있는 직업환경의학과의 환경의학은 Environment에 해당될 것이고, 직업의학은 Social이나 Governance에 해당될 것이다. (노동이사제 등까지 고려한다 치면 Governance에도 해당된다.) 최종 수용체인 개별 인간이나 인간 집단 입장에서 이런 환경 유해인자, 직업 유해인자들이 어떤 피해를 끼치는지를 rating하고 예측하고, risk를 줄인다.
개별 기업은 어차피 이윤에 관심이 있지, 이런 ESG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안다. 사회적 분위기가 그쪽으로 가니 맞춰서 가는 것일 뿐이다. 다만 이런 부분들을 신경 쓰는 척 하는 시늉이라도 한다는 게 긍정적이라고 생각된다. 기업에 사외이사 등으로 학자들의 목소리가 들어갈 작은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학자들은 현재의 ESG 열풍이 마케팅에 불과하다면서 정말 관심이 있다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같은 강력한 제제를 가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이윤으로 먹고사는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걸 안다. 다만 ESG 부분에서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면 환경보건, 직업보건 전문가들을 컨택해 보라고 이야기해보고 싶다. 정말 하실 말씀들이 많을 것이다.
p.s. 한 가지 빠뜨린 이야기가 있다. ESG를 힘을 가진 주체들이 강제한다면 이에 역행하는 기업이 불이익을 볼 risk가 있다. 이는 필자의 다른 글 '기업의 이윤 vs IT 개발자들의 권익: ESG경영과 피스컬 노트의 상장' 에서 이야기했다. ESG가 이윤은 남지 않지만, risk 관리 관점에서 개별 기업에게 중요할 수 있다.
블로그 글: 환경의학과 ESG 경영 (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