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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적 주제보다 자연과학적 논문주제를 더 선호한다

by 문 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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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논문을 쓸 때 사회과학적 주제보다 자연과학적 주제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사회과학적 색채가 짙은 주제로 논문을 쓰는 것도 가능한 이유는 의학의 한 갈래에 속하지만 사회학과도 연관성이 깊은 직업의학을 다루기 때문이다. 환경의학은 좀 더 자연과학적 색채가 짙다.


직업의학은 왜 사회과학적 색채가 짙을까? 이는 직업의학이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직업의학은 논문을 써도 작정을 하면 아예 사회과학적 논문처럼 쓰는 것이 가능하고 투고저널도 만약에 실력만 있다면 SCIE가 아니라 SSCI 저널에 투고할 수도 있다. SSCI 저널 중에도 저명한 직업건강 관련 저널들이 있고, 대부분의 직업의학 SCIE 저널은 SSCI에도 등재가 되어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사회과학적 주제를 선호하지 않는다. 필자의 석사시절 전공의 국제금융학으로 어쩌면 사회과학쪽과 관련이 깊고, 사실 사회과학쪽에의 관심이 많지만 논문주제로서는 선호하지 않는다. 이유는 사회과학은 상대의 맞대응에 따라 또 다시 현상이 변하기 때문이다. 자연과학에서의 연구 주제인 자연은 맞대응을 즉각 못한다. 따라서 논문을 쓰면 상당기간 진리로서 인정될 확률이 크다. 그러나 사회과학의 연구는 어떤 사회학적 현상에 대해 연구를 해도 그 논문을 읽고 상대방이 맞대응을 하거나 이해관계자들이 행동패턴을 바꾸면 관찰된 현상은 사라질 확률이 크다. 마치 상대방과 바둑을 두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논문주제로 사회과학적 주제는 선호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과학적 주제를 쓰지 못하겠다는 말은 또 아니다. 지금 리비전 중인 직업의학 논문 중 2개가 아주 사회과학적 색채가 짙은데 사실 하려면 한다. 다만 직업의학의 연구 주제 중에서도 좀 더 자연과학 쪽에 가까운 주제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어떤 화학물질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건강영향 이런 주제를 더 선호한다. 어떤 제도나 사회학적 권력관계에 따라 노동자의 건강결과가 달라지는 류의 연구는 아주 중요하긴 하지만 사실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이런 것들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의학 연구자분들이 사실 국내에 아주 많다. (대부분의 국내 직업의학 연구자들이 이 부분을 연구하는 것으로 안다.) 따라서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많이 연구들을 하실 것으로 생각한다.


만약 연구자로서 크게 될 수 있는 길을 가게 된다면 더 자연과학적 주제로 깊고 넓게 들어가보고 싶다. 환경의학의 주요 주제들을 연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직업의학을 연구하게 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건강유해인자에 노출되었을 때의 건강결과를 다뤄보고 싶다. (권력, 제도의 영향보다) 수업을 개설하게 된다면 환경의학, 직업의학의 주요 주제 별로 메타분석들을 종합해서 1강씩 1학기 13~14강의 정도를 진행해서 종합해보는 수업도 개설해보고 싶다. 하여튼 사회과학 쪽 주제보다는 자연과학 쪽 주제에 집중하는 것이 필자가 할 역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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