챠챠
"전골이 뭐야?"
"끊이면서 먹는 음식이 전골이지."
남편의 물음에 나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TV에서 바글바글 끓는 전골을 비췄다. 전골 앞에서 입맛을 다시는 출연자와 앞에 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테이블에 앉아서 부러워하는 눈길을 보내는 출연자까지 차례로 훑었다. 나는 TV에 시선을 고정했다. 질문이 한 번에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예상하고 있었다.
"그럼 전골과 국은 뭐가 달라?"
"전골은 끓이면서 먹잖아. 국은 덜어 먹고. 떡볶이를 끓이면서 먹으면 즉석 떡볶이라고 하고 조리되어 있는 건 그냥 떡볶이라고 부르잖아. 그러니까 이름이 다른 거지."
"국이랑 찌개는?"
"국물이 많으면 국, 떠먹을 게 많으면 찌개지. 핸드폰은 본인이 들고 있으면서 자꾸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수록 비슷하면서 다른 것에 대해 생각했다.
남편과 산책을 하는데, 길에 개망초가 잔뜩 펴 있었다. 남편이 그 꽃을 보고 민들레라고 말했다. 민들레는 땅과 가까이에 붙어 있는 노란 꽃이다. 얇은 꽃잎이 둥글게 피어있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민들레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개망초는 가운데가 노랗고 얇고 하얀색 잎이 둘러져 있는 꽃이다. 계란프라이를 닮아 계란꽃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민들레와 개망초가 비슷한 점은 꽃잎이 얇다는 것뿐이다.
개망초라는 이름을 몰랐을 때 길에 하도 많아서 잡초인가, 싶었는데 이름이 있는 꽃이었다. 민들레와 개망초가 다르다는 것을 알려줬을 때 나도 개망초의 이름은 몰랐다. 내가 설명할 수 있는 건 민들레와 개망초는 전혀 다른 식물이라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이후부터 개망초는 남편에게 데이지가 되었다. 개망초를 볼 때마다 굳이 데이지라고 이름을 불렀다. 마침 그날 진짜 데이지를 봤다. 가운데가 노랗고 꽃잎이 하얀데 개망초보다 잎이 두꺼운.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마가렛일지도 모르겠다.
"아까 그 꽃과 이 꽃은 다르잖아. 이 꽃이 데이지 아냐?"
"그냥 비슷하게 생겼으면 다 데이지라고 부르기로 했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과꽃이나 국화, 데이지, 개망초 등 비슷해 보이는 꽃이 줄줄이 등장했다. 나 역시 꽃 이름에 별로 관심이 없어 그냥 그러기로 한다는 말에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국은 건더기에 많은 물을 넣고 끓이는 음식이고 보통 미역, 콩나물, 된장, 계란, 소고기 등을 넣어 만든다.
찌개는 순두부, 비지, 김치, 부대찌개 등이 있다. 재료를 다양하게 넣고 국물의 양이 적게, 짭짤하게 끓여낸 요리다. 보통 국과 찌개가 헷갈린 이유는 '된장' 때문이다. 된장국과 찌개의 차이를 아직 잘 모르겠다. 내 요리는 된장국과 된장찌개의 그 어디쯤에서 완성된다. 국찌개라고 불러야 하나. 두 레시피의 차이를 모르기 때문에 된장국찌개를 만들어 왔다. 냄비를 통째로 식탁에 올려놓으면 찌개라고 하는데 나는 때때로 식탁의 상태에 따라 상에 올릴지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뭔가 규정짓기 애매하다.
탕과 전골은 집에서 끓인 적이 없다. 탕이라고 하면 매운탕, 전골이라 하면 만두전골이 생각난다. 탕과 국은 무엇이 다른지 잘 모르겠다. 곰탕, 설렁탕, 갈비탕, 매운탕, 알탕, 어묵탕 등이 있는데 국보다 건더기가 조금 더 들어간 음식이 탕이라고 하면 설렁탕과 된장국을 비교했을 때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전골은 쌓아 놓은 건더기 위에 국물을 부은 음식이라는데, 그렇게 보면 국, 탕, 찌개에 비해 국물이 가장 적은 음식이 아닐까.
한글 표현의 다양성을 말하면서 외국인들이 가장 어려워한다는 색깔.
노랑, 노란, 노리끼리, 노르스름, 누리끼리, 누런, 노릇노릇 등 노란색만 이야기해보려 해도 참 많다. 작은 차이를 어디까지 구분 지을 수 있을까. 음식은 맛있게 먹고 싶고, 색깔은 보기에 예쁘면 좋고. 다양한 표현에 놀랐다가도 가끔은 두루뭉술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