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코로나19로 멈춘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나 역시 자유롭지 않았다. 예식장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거리 두기를 이유로 결혼식은 계속 미루어졌고, 예약했던 예식을 취소하는 사람도 늘었다. 실내 50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어, 하객도 50명 이내로 불러야 하니 모두가 버거운 상황이었다. 신혼부부는 심적인 타격이 컸을 것이고 예식장이나 결혼식에 부수적으로 딸려오는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어려움이 심했다. 여행사, 폐백업체, 이모님, 드레스나 한복대여점, 부케나 꽃 관련 업체 등 줄줄이 어려움이 있었다.
몇 년간 폐백, 이바지 음식 주문이 들어오지 않았다. 난 코로나19로 피해가 심했던 사람 중 하나다.
요 근래 다시 결혼식을 하는데 그새 분위기가 바뀌었다. 폐백음식 중 하나인 오징어꽃오림을 언제 마지막으로 했는지 모르겠다. 폐백닭도 마찬가지고. 몇 년 전쯤, 오징어를 오리고 코로나19로 쭉 손을 대지 않았던 것이다.
폐백은 신부가 시댁 어른께 인사를 드리는 의식인데, 전통혼례에서 구고례라고 불렀다. 한복을 입고 폐백음식 앞에서 시댁 어른들에게 대추나 밤을 받는 모습을 생각하면 된다. 요즘은 현대 예식을 하면서 폐백이 선택사항이 되었다. 결혼식 때 폐백을 하니 그에 맞게 한복을 맞춰 입는다. 폐백을 하면 도우미가 필요하니 비용이 더 늘어난다. 굳이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요즘 세대의 생각이 반영되어 폐백은 생략되는 경우가 늘었다. 예단이나 혼수가 먼저 사라지고 그다음이 폐백이 아닐까.
아직 부모세대 입장에서는 폐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댁 위주의 문화가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강하고 결혼식 후 폐백하고 나서 손님들에게 인사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늘었다.
폐백 음식 주문이 줄어든 대신, 이바지음식 주문이 늘었다. 폐백을 챙기지 못한 친정 부모님이 부랴부랴 이바지 음식을 주문해서 시댁으로 보낸다. 폐백음식을 하지 못해 불편한 마음이 염려로 바뀌고, 딸을 위해 이바지 음식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정성을 다해야 하는 중요한 음식이기 때문에 여러 업체를 알아보고 나서 전화를 한다. 나잇대가 높기 때문에 SNS보다 블로그를 보고 연락 주는 분이 많다. 전화로 들리는 목소리에서 걱정과 당부가 가득 담겨 있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문화도 그에 못지않게 다르게 흘러가는데, 친정부모님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 염려가 고스란히 이어져 온다. 그 마음을 대신하여 정성스레 요리하고, 곱게 포장해서 전해드리는 일을 하는 것이 가끔 무거워질 때가 있다. 세상은 변해도 음식을 하는 정성은 그대로 여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