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호랑이가 살까

[챠챠네 마을여행일기 보여요] #홍법산 효암

by 챠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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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꽤 더웠다. 최루백 효자비각에서 나와, 바로 편의점으로 향했다. 나와 최 대표는 얼음 가득한 커피 한잔, 아이들은 각자 먹을 간식을 사서 차에 탔다.

홍법산으로 가는 길, 아이들은 떠들썩하다. 어른인 나도 호랑이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을 직접 가보다니 신기했다.

홍법사에 도착해서 둘러보니, 난타 소리가 들려왔다.

20200528_124852.jpg 누렁이는 자고, 자리 바꾸어서 또 자고.


누런색 개가 절 마루에 누워있었다.

‘저번에 남양 향교 갔을 때 최 대표 딸이 개가 무서워 엄청 울었는데, 또 그러면 어쩌지.’

최 대표에게 눈짓으로 개를 가리켰다.

“와, 개 귀엽다!”

최 대표 딸은 개를 보고 반가워했다.

“쟤 기준은 나도 몰라.”

어쨌든 다행이다.

홍법사 뒤는 모두 산인데, 어느 길로 올라가야 할까.


20200528_125020.jpg 홍법사 유래 안내판

‘홍법사 유래’ 안내판이 있는 곳이 보였다. 무작정 산길을 올라가는데, 확신이 없었다.

“여기가 맞을까?”

“아닌가?”

산길을 되돌아 내려와서, 효암이 어딘지 물어보기로 했다. 역시 그 길이 아니었다.

20200528_131156.jpg 효암 가는 길

설명을 듣고 절의 끝까지 걸어가니 오래된 벽돌 건물이 보인다. 옆으로 산길이 나 있다.

나는 제일 앞에 서서 산을 올랐다. 예전 같았으면 앞장서서 뛰어 올라갔을 아이들이 조심히 뒤따라온다.

“너희가 앞장서! 여기 호랑이 나온다며.”

아이들은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호랑이 나올까 봐 뒤에서 따라오는 거야?”

“호랑이 없겠죠. 그런데

먼저 가기 싫어요.”

P20200528_125414314_2DFB4AF2-0F1E-420D-8D5C-E9692FAF7596.jpg 산을 자주 올라간다.

최 대표는 오늘따라 플랫슈즈를 신고 왔다. 예고 없었던 산길에 플랫슈즈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 대표 딸이 엄마의 신발을 보고 왜 혼자 꾸미고 가는지 물었다고 한다.

우리는 마을을 다니면서 산에 자주 오른다. 예전에 나는 발목까지 오는 치렁치렁한 시폰 치마와 높은 구두를 신고 갔었다. 모르는 사람이 봤더라면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거다.

조금 더 걸으니 갈림길이 보인다. 어디로 가야 할까. 산에서 고민될 때는 직진이다.

20200528_125718.jpg 다람쥐, 어, 훌라후프

“훌라후프다!”

나무마다 훌라후프가 걸려있었다.

“엄마, 청설모가 있어!”

“어? 다람쥐인데?”

다람쥐가 우리를 보고 폴짝 뛰어올랐다. 아이들은 호랑이 생각을 잊었는지, 다람쥐를 따라갔다.

다람쥐는 ‘호암’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20200528_125953.jpg 효암의 유래


다람쥐가 이리저리, 다람쥐 바위


홍법산에 호랑이가 살아서 백성들이 걱정했었다. 최루백이 아버지를 찾아 나섰다가 이 바위에서 호랑이를 발견했다. 호랑이는 최루백 아버지 최상저를 잡아먹어 배가 불룩한 채 누워있었다.


최루백은 호랑이를 혼내고, 배를 갈라 아버지를 꺼냈다. 그리고 아버지를 묻고 3년 동안 묘를 지켰다고 한다. 정조대왕은 최루백 이야기를 듣고, 수기촌을 효자문골로, 바위는 효암이라고 부르게 했다.



지금 효암에는 다람쥐 가족이 산다.

다람쥐가 이곳저곳에서 나와 놀고 있었다. 바위 안에는 다람쥐용 물그릇에 있다.


아이들은 신이 났다. 나무에 올라간 다람쥐를 본 적은 있지만, 가까이에서 놀고 있는 모습은 처음 봤으니까. 다람쥐가 우리를 경계하긴 하지만, 익숙한 듯 바위 이곳저곳을 다녔다.


“다람쥐 바위 인가 봐.”

“다람 바위라고 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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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제단

바위 아래에는 산신 제단이 있다고 해서, 내려가는 길에 들러봤다.

아까 보았던 갈림길에서 우리가 선택하지 않았던 길로 들어가니 산신제단이 보인다.

아이들은 산 아래로 내려오면서 토론을 했다.

주제는 ‘지금 홍법산에 호랑이가 살까.’

“여기는 다람쥐도 살고, 개미도 살잖아. 생물들이 많이 사니까 호랑이도 살 거야.”

홍 대표의 딸이 말했다.

“그러니까 없지. 호랑이가 없으니까 다람쥐가 사는 거야.”

아이가 반박했다.

두 아이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투덕거리던 아이들의 토론에 결론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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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다른 두마리 고양이가 있는 모모책방


다음 목적지인 모모 책방에서 고양이를 보고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둘은 딱 붙어서 소곤소곤한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스쳐 간 동물들에 의해 시시각각 달라지는 아이들의 일상은 종잡을 수 없다.



홍법산 주소: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수기리 산 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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