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다마을 '화성사용설명서'
마을에 살아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동탄호수공원에 있는 정숙옹주 태실비지요.
분명히 오래 전부터 있었을 텐데 전혀 모르고 있었거든요.
아이들은 태봉산에 올라갔어요.
이렇게 생겼구나, 비석 곳곳에 초록빛이 무늬를 이루고 있어요.
뭐라고 쓰여 있는지 궁금하지만, 날이 더우니까 집에서 찾아보기로 합니다.
태실비를 둘러보고 내려와서 평상에 자리를 잡았어요.
스케치북에 ‘우리 마을에는 태봉산이 있어요.’를 적었어요.
아이는 이응에 산을 그려보겠다고 했어요. 산을 여러 개 그리더니 그림을 다시 살펴봅니다.
“빈 곳이 있으니까 좀 섭섭한데?”
한 귀퉁이에 태실비를 그렸어요. 태실비에 있던 초록색 흔적이 자꾸 생각나는지, 그림에도 뚜렷이 나타나네요.
아래 빈 곳에도 섭섭할 것 같다며, 루나 분수와 사람을 그려 스케치북을 채웠습니다.
아이들은 산에서 나뭇가지를 모아 집으로 가져갔어요.
솔잎과 두툼한 나뭇가지, 풀을 가지고 자연물 붓을 만들었습니다.
굵은 가지로 만든 붓은 서예용 붓처럼 보이기도 해요.
몇 자루의 붓을 만들었습니다. 제각기 모양이 다르지요.
우리가 만든 붓으로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
흰 도화지를 나누어 주니 처음에는 그릴까 말까 망설입니다.
쭈뼛대는 이유는 뭘까요?
그림에는 정답이 없는데. 하고 싶은 대로, 손 가는 대로 움직여봐.
처음엔 스윽, 점점 사방으로 움직이는 붓의 손길이 제법 빠릅니다.
솔잎에 물감을 묻혀 움직이니 색다르게 보여요.
“우리 예술 작품 만드는 것 같아!”
한 올 한 올 표현되는 모습이 멋져 보였나 봅니다.
붓을 내려놓고 손가락에 꾸욱, 물감을 묻히고 종이에 찍어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오늘처럼 하얀 바탕에 겁내지 말고 자기 생각을 쭉 펼쳐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