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검사 결과 나는 j다.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길 좋아해서 어긋나면 불안하고 답답하다.
내 강의를 듣던 한 학생이 내 mbti를 맞춘 적이 있다. '계획'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진짜 해야 할 계획이 성격에 기인한 것처럼 느껴져 버린 것이다.
그런데 일을 하기 전 설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성격임에도 불쑥 즉흥적인 일을 벌일 때가 있다. 느닷없이 운전대를 잡아 운전을 한 일이나 사업자를 내고, 출판사 신고를 한 일 등이 그렇다. 엄연히 따지면 생각하긴 했지만 언제 어떻게 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아마 내가 하는 일에 혼란을 겪는 이유는, 무작정 저질러 버렸기 때문일 거다.
가족 중 사업을 해본 사람이 없었고 방법도 몰랐다. 어릴 때 사업 잘 못하면 크게 망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월급 받고 사는 게 속 편하다고 누군가 말했던 것 같기도 하다. 부모님이었나. 나는 한 번도 사업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염려가 가득 담긴 말을 종종 들었다.
십여 년 전, 종로 거리를 걷다가 노상천막에 들어가 사주를 봤는데 사업가가 잘 맞는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에는 말이 안 된다며 흘려 들었다. 그 후 6년쯤 지나 타로카드로 인생을 세 단계로 나눴을 때 왕비가 나왔던가. 아무튼 과하게 나와 기분이 좋았던 기억. 어느 행사장에서 갑자기 해보라해서 카드를 뽑았다가 행운에 얻어걸린 듯했다.
우연이었다. 나는 우연히 사업을 시작했다. 아직 일 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주위에서 그만하면 잘 된 편이라고 했다. 내가 보기에도 그런 편이었다. 준비할 새도 없이, 닥치는 대로 봄부터 겨울까지 일했다.
여기저기서 어떻게 출판사를 하게 된 까닭을 묻는다. 얼마큼 준비를 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의 의도에 호응해주지 못하고 어쩌다 하게 되었다는 말로 대신했다.
계획하면 일 순서는 맞을지 몰라도 한 발자국 나갈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저질러보는 것도 괜찮다. 무턱대고 부딪히는 과정 속에서 배울 점이 많다. 물론 실수투성이인 데다가 어설퍼서 초보 사업티가 많이 났지만 빈틈이 꼭 흠이 된다는 법은 없다고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