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식이 열리게 된 이유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by 챠챠


불과 몇 주전 일인데 시간이 오래 흐른 것처럼 느껴지는 개관식 날, 순식간에 사람들이 도서관으로 들어왔다. 도서관 위원들은 상세하게 역할 분담을 하지 않았지만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2023년 3월 20일 포포도서관 개관식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지 400인분의 솜사탕설탕이 바닥을 드러낼 정도였다.

우리는 개관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다. 인터넷, 도서관 업무를 함께 할 봉사자 모집이나 도서관 이용 매뉴얼 등 준비가 오래 걸린 탓이다. 일단 시작하면 뒤로 물러설 수 없으니 최대한 준비가 된 상태로 열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개관식을 크게 열 생각은 없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사람들에게 포포스토리를 소개하고 일주일 대출불가로 연 뒤, 그다음 주부터 정식 개관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파트 온라인카페에 홍보를 하고 임시 개관을 알렸는데, 정말 참여율이 저조했던 것이다. 야심 차게 음료수까지 자리마다 한 병씩 올려 두고 사람들을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도서관 언제 개관하냐는 연락을 많이 받아서 기대했었는데, 임시 개관식은 정말 단출하게 마무리됐다. 임시개관식이 끝나고 몇몇 위원님들과 점심을 먹으러 갔다. 월요일이라 주변 식당가는 대부분 문을 닫았다. 아파트 주변 주택가 1층은 상가가 있는데 들어올 준비를 하거나,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곳이 많다. 못 보던 가게들이 띄엄띄엄 보였다. 그중 한 곳이 눈에 띄었다.

"뭐 하는 곳일까요?"

"아직 준비 중인 가게인가 봐요."

뭐 대충 이런 소소한 대화가 오갔다. 투명한 유리문 안 쪽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덩그러니 놓인 테이블과 한쪽에 줄줄이 세워진 와인병, 누가 들어갈까 싶은 휑뎅그렁한 가게였다. 내 눈에 유리문에 작은 간판 같은 것이 붙어있는 것이 보였다.

"어쩌면 이미 문을 연 가게 일지도 몰라요. 우리가 그렇게 느끼지 못할 뿐인 거죠. 간판같이 드러난 것이 크게 없어서 그래 보일지도 모르죠. 우리 도서관처럼요."

내 말을 들은 관장은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사람들이 도서관 개관을 알도록 행사를 열자고 했다.

오늘 한 임시 개관식은 지우자며, 솜사탕 기계를 빌려서 나눠주고 떡도 해서 먹자는 것이다. 그 길로 도서관에 간 우리는 솜사탕 기계 2대를 알아봤다. 행사에 필요한 물품 리스트와 대략 필요한 금액을 확인하고, 도서관 위원들을 긴급 불러 회의를 했다. 행사를 하려면 필수인 현수막을 제작해서 아파트 내에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하기로 정하고, 그 길로 관장이 현수막을 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아파트 관리소장님, 노인정 등에 알렸다.

다음 주 월요일 1시부터 5시 개관식을 열기로.

솜사탕을 나눠주면 사람들이 많이 올까? 회원가입을 한 성인에게 떡을, 아이에게 솜사탕 티켓을 주기로 했다. 400인분의 설탕이 모두 솜사탕으로 바뀔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행복한 상상이 펼쳐졌다.

그러나 곧, 노인회장님께서 시의원 님을 초대하자고 제안했고 가볍게 개관식 후 솜사탕을 나눠주겠다는 계획은 점점 무거워졌다. 아무래도 정말 '식'을 해야 할 것 같아.

사회자가 있고, 국민의례로 시작하는 정식 행사준비를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임시 개관에 사람이 오지 않아서, 우연히 사람이 들락거리지 않을 것 같은 가게를 만나서, 내가 솜사탕 행사를 해보아서, 시의원 님이 오신다기에, 우리는 점점 번듯한 도서관 개관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단, 하루 만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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