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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챠챠 Jun 28. 2023

오리의 날갯짓

T

저수지 주변이 신도시가 되면서, 저수지를 더 넓히고 다듬어 호수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호수 위쪽으로 올라가면 시냇가처럼 보이는 물길이 있다. 물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그 끝은 인공폭포다. 자연적인 느낌보다는 곳곳에 사람의 손이 닿아 인위적이지만 그 안에 동식물은 그대로다. 호수는 도시가 들어서기 이전에 낚시터로 유명했다. 그래서인지 각종 오리, 물닭, 백로처럼 보이는 조류가 많이 산다. 

얼마 전 아이와 함께 시냇가를 따라, 위로 걸어올라 간 일이 있다. 그러니까 내가 걷는 방향과 반대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제법 큰 오리와 누가 봐도 작은 아기오리 두 마리도 물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그쪽으로 가면 물고기가 없을 텐데, 큰 오리는 꾸역꾸역 물을 헤치고 갔다. 아기오리가 불안해 보였다. 사람처럼 손을 잡고 끌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혼자 힘으로 해내야 한다. 큰 오리는 한 번도 목을 돌려 아기 오리가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오리가 나아가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오리 몸집 만한 바위가 군데군데 있어서 물길이 좁아졌다 넓어지고, 물이 쏟아지듯 흐르고 있었다. 센 물길에서 큰 오리의 몸이 기우뚱 움직였다. 큰 오리는 이내 물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오리가 움직임에 따라 아이의 고개가 따라 움직였다.

"엄마 오리, 나빠!"

아이가 소리쳤다. 

그때 나는 아기 오리가 안타까운 마음 보다 아이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묻고 싶었다.

"쟤가 엄마 오리인지, 아빠 오리인지 어떻게 알아?"

나는 툭, 말을 내뱉었다. 그런 질문을 하는 나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이 따가웠다. 아이얼굴을 보니 미간에  주름이 졌다.

"당연히 엄마 오리지. 아기 오리를 데리고 가잖아."

"아빠일 수도 있잖아."

"아니야. 분명히 엄마 오리야. 그런데 어떻게 아기를 놓고 날아갈 수가 있어?"

아이는 큰 오리를 바라보았다. 뭔가 이치에 맞지 않은 소리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아이는 큰 오리를 향해 무작정 뛰어갔다. 


우리는 무엇인가 바라볼 때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단정을 짓곤 한다. 큰 오리가 청둥오리처럼 암수 구별이 잘 되었더라면 아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니면 첫째 오리와 막내 오리일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가족이 아니라 각자 갈 길을 가는 남남일지도 모른다. 길 잃은 아기 오리가 무작정 큰 오리를 따라다니는 상황이었더라면. 그렇다고 오리에게 대체 두 마리가 무슨 관계인지 물어보지 못하니, 그냥 서로 갈 길 가는 오리였다고 믿고 싶다. 답을 찾을 수 없다면 조금 더 마음 편한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이 내게 좋으니 말이다.

큰 오리는 얼마 못 가 다시 물속으로 내려앉았다. 아이는 걸음을 멈췄고, 나도 멈췄다. 큰 오리가 아기 오리를 바라보면서 움직임을 멈춘 채 두 다리를 연거푸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나도 시선을 돌려 아이 뒤를 따라 걸었다. 아이가 겅중겅중 뛰는 걸 보니 한결 가벼워 보인다. 이 시선은 아마도 아이 마음이 그랬으면 하는 엄마의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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