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자부인 Jul 22. 2024

월요일의 사랑

주말을 지나고 월요일에 맞이하는 일상은 주말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다르다. 주말도 틈틈이 부지런히 살림을 했다면 월요일 아침은 아이들도 학교를 가서 텅 빈 집안이 매우 상쾌할 것이다. 그러나 주말에 나도 한번 쉬어보자 라는 마음으로 치우기를 게을리했다면 산더미같이 쌓인 집안일에 무더운 여름날씨까지 무거운 시작이 될 것이다. 간편한 살림살이에 깔끔한 살림 솜씨를 발휘하는 어떤 사람을 상상하며 자괴감까지 더해지면 더욱 무기력 해질 테니 일단 몸을 되는대로 움직여보자. 아니면 아예 집밖으로 나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시 한 편 읽고 힘을 내본다.


"사랑한다는 것은

 얼굴이 썩어 들어가면서도 보랏빛 꽃과 푸른 덩굴을 피워 올리는

고구마 속처럼 으리으리한 것이다 (김승희 시 '사랑의 전당' 중에서)"


 살림을 잘 못하는 나를 남편은 얼굴이 썩어가면서도 잘 참아준다. 그래도 제때 맛있는 밥이 나오는 것에 만족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들 양육에 관해서도 그렇다. 둘째가 잠들기 전 다 하기 싫다고 말했는데 그냥 듣고만 있었다는 말에 남편은 실망한 내색을 비춘다. 부모는 아이에게 긍정적인 말로 설득하며 잘 이끌어주어야 하는데 내가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말로 설득할 권리가 부모에게 있지만 남편이 아내에게 그럴 권리는 없다며 마음에 들지 않지만 더는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으리으리한 사랑으로 느껴진다.


"절벽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려는 마음

낭떠러지 사랑의 전당

그것은 구도도 아니고 연애도 아니고

사랑은 꼭 그만큼

썩은 고구마, 가슴을 절개한 여름수박, 그런

으리으리한 사랑의 낭떠러지 전당이면 된다 (김승희 시 '사랑의 전당' 중에서)"


시집만 읽고 있을 순 없으니 요즘 관심을 갖고 읽고 있는 AI에 관한 책도 하나 챙겨 나왔다.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 싶고 좋은 말을 해주고 싶은데 여전히 과거의 교육에 머물러 있는 엄마라 해줄 말을 찾기가 어렵다. 사춘기에 접어든 두 아이가 사실 엄마 목소리를 달가워하지 않으니 더욱 그렇다. (내 목소리가 어때서 듣기 싫다는 거니.) 낙심하고 좌절하면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게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으리으리한 사랑, 월요일 아침에도 다시 힘을 내보는 사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능이백숙을 기다리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