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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부인 Jul 03. 2021

사춘기 딸과 남편

 딸아이가 용돈을 모아 ‘인소의 법칙’ 3권을 한정판으로 샀다. 남편은 그 옆에서 딸아이가 무슨 책을 읽는지 궁금해하며 펼쳐본다. 1권을 읽고 바로 2권, 밤이 깊었는데 마저 읽고 잔다고 한다. 사춘기 딸을 이해하려는 행동인지, 정말 만화책이 흡입력이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여보, 순정 만화 주인공처럼 보여.”

   “누구?”

   “음… 아, ‘H2’의 주인공 히로?”

  엄청 인심 써서 칭찬해준 말인데 실망한 표정이다. ‘베르사유 장미’의 오스칼이라도 기대한 건가. 그래도 딸아이에게 다가가는 아빠를 무슨 말이라도 칭찬해주고 싶었다.

(좌)히로와 (우)오스칼

어렸을 때, 나의 아빠는 늘 바빠 보였고 무서웠다.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셨던 그 해, 중학교에 올라간 나는 꽤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다. 사회과목이 어려웠지만 재미있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외울 수 있을까 궁리하던 중에 무슨 용기가 났는지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는 지도를 가져오라고 하셨고 색연필로 위에 선을 그으며 설명해주셨다. 그 장면이 유독 기억난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오래도록 그 지도를 가지고 있었다.

  함께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눌  있는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 남편은 둘째가 좋아하는 게임을 같이 한다. 본인이  좋아서 하는  같지만. 첫째와도 끊임없이 공유할 만한 주제를 찾아가는 남편에게 박수를 보낸다. 좋은 아빠로 오래오래 아이들 곁에 있어주기를 바란다. 훌륭한 사람이 되지 않더라도  한마디  나눌  있고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는 아빠라면 충분하다. 파이팅, 남편!


이미지 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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