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자부인 Jun 16. 2021

나랑 닮은 딸, 얼굴만 그런것 같아.

 나랑 웃는 모습이 꼭 닮은 딸은 초등학교 6학년, 바야흐로 사춘기가 왔다. 무엇을 물어도 다른 세계에 있는 것처럼 대답하는 것을 잊어버린다. "뭐 먹을래?", "뭐 줄까?" 물어도 대답이 없어 여러 번 묻다, 그만 폭발한다. "엄마가 한번 말하면, 바로 대답해야지!" 버럭 소리 지르다 보면 더 화가 난다. 

 하루는 딸 친구 엄마가 "어머, 엄청 개방적인 엄마야." 말하며 딸의 카톡 프로필 못 봤냐고 묻는다. 왜 못 받겠는가. 크게 이상하지 않았는데... 아하, 요즈음에는 친구별로 다른 프로필을 정할 수 있다. 내가 보는 딸의 프로필은 평범하기 그지없는데, 친구들이 보는 프로필에는 거친 말이 쓰여있다고 한다. 친구 엄마가 자기가 캡처해서 보내주겠다는 걸 말렸다. '그래, 화가 나면 거친 말 좀 할 수 있지.' 생각하다가도 딸이 고운 말 쓰기를 바라는 마음에 속상해진다. 

 사춘기에는 뇌가 아직 공사 중이라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고 싶다. 뇌도 공사 중인데 너의 방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이 쉬울까 생각도 해본다. 딸아이의 방을 대신 치워주다가 지쳐 며칠을 놓아두면 발 디딜 틈이 없어지니 어쩌랴. 너는 널브러진 책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잘 다니니, 너만 마음이 편하다면 엄마는 그냥 너의 방문을 닫고 열지 않으리라. 

 학원에서 돌아오는 짧은 길에  "엄마, 오늘 저녁은 뭐야?" 문자로 묻는 딸은 어떤 메뉴를 말해도 "맛있겠다. 신난다." 답 문자를 한다. 식당에 가면 "여기 정말 맛있다. 내가 와 본 곳 중 최고야!" 칭찬도 쉽게, 크게 한다. 속상한 마음도 숨기지 않고 잘 이야기하곤 했는데, 사춘기 딸의 머리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자기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딸아이를 못마땅해하지 않고 응원해주자고 몇 번을 다짐한다. 중고등학교 시기의 딸은 남의 집 딸이라고 생각하고 잘해주라는 조언도 듣지만 나랑 꼭 닮은 딸을 도저히 남의 집 딸처럼 대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이쁜 구석 생각해보고 내가 저지른 사춘기 시절의 행동도 떠올려보며 마음을 다 잡는다. "딸, 너는 도대체 누구 닮아 그러니?" 뻔한 대답이 나올 게 분명해 묻지 않겠다. 너다운 너로 자라는 과정을 엄마는 눈을 감아버리지도 않고, 눈을 부릅뜨다 못해 째려보지도 않고 그저 믿고 지지하는 눈으로 잘 지켜볼게.    

 

내가 좋아하는 우동집에 데려갔더니 딸은 한술 더 떠 극찬을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빠와 코미디 프로그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