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를 떠나는 어머님들의 환한 미소를 떠올려 본다. 집에만 있다 모처럼 나들이에 신나 하는 어머님들과 이제는 나도 어깨동무를 할 수 있으려나. 아이들이 많이 컸다. 혼자 씻고 양치하고 잘 수 있으면 다 큰 거다. 그래서 엄마는 친구들과의 1박 2일 엠티를 기획했다. 여행이라 이름 부르기에는 딱히 관광지를 가는 것은 아니기에 숙소를 잡고 1박 2일 맘 편히 놀며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며 수련을 하는 모임, 즉 엠티라 부르고 싶다. 고등학교 때는 한 교실에서 오랜 시간을 같이 했는데 이제는 사는 곳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니 자주 만나기 어렵다. 그래도 속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들이라 언제 봐도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무조건 서로의 편이다 보니 이야기의 끝에 우리 각자는 정신승리를 경험할 수 있다. 고마운 녀석들이다. 실제적인 해결책을 구하지 않는다. 친구를 속상하게 한 사람의 상황까지 생각해주지 않는다. 무조건 친구 편이다. 괜찮다. 세상 어느 한 집단에서는 그저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고 싶다.
이사 오기 전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 살았다. 친구도 가까이 없고 가족도 만나기 힘들었다. 가끔 방문하거나 만나게 되는 손님은 대개 남편의 손님들이었다. 하루는 멀리서 남편 선배님들이 오셔서 그날은 늦게까지 놀기로 했다. 흔치 않은 놀 기회였다. 아이들은 부랴부랴 새로 사귄 친구네에 어렵게 맡기고 오랜만의 엠티 분위기에 설렜다. 전주의 막걸리 집은 반찬이 끝없이 나온다. 오랜만에 술도 한잔 걸쳤다. 그러나 나의 즐거운 기대와는 달리 남편은 나의 실수가 염려되어서 인지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엠티 중간에 이른 귀가가 슬펐지만 나의 손님들이 아니었기에 수긍하고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이것도 벌써 몇 년 전일이다. 아이들이 조금 더 컸으니 이번에는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엄마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러 나가면 된다. 야호!
오늘도 집안일에 허우적대는 주부는 친구들과의 엠티를 기대하며 어질러진 집안에서조차 설렘을 느낀다. 하나, 둘 치우고 정리하면 된다. 아래층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해서 하루 종일 드릴 소리가 울리지만 왠지 화가 나지 않는다. 그럴 수 있다. 공사가 다 그렇지. 꽃이 피면 꽃놀이를, 단풍이 들면 단풍놀이를 떠나는 엄마가 되어, 반복되는 일상을 즐겁게, 짜증 나는 상황에도 너그럽게 잘 대응할 수 있다면 좋겠다. 작은 일탈의 계획서에 꽃이 피고 단풍이 든다. 소중한 매일에 별 하나 그리고 특별한 날에 풍선 하나, 예쁜 꽃도 더 그려본다. 기다리는 이 시간이 더 좋을 줄 알기에 이번 주는 특별히 즐거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