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방학을 맞이한 초등학생이 두 명 있다. 남편도 방학이 있는 직업이지만 다행히 연구실에 성실히 나간다. 그래도 어느 날은 온 식구, 세 끼니를 챙긴다. 안타깝게도, 대단한 살림 솜씨를 뽐내는 주부가 아니다. 살림을 잘하는 이의 책을 감명 깊게 읽고 있지만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 이야기다. 어쩜 그리 정리도 잘하고 깔끔하고 단정하신가요? 부러움은 질투심에 이르지 못하고, 동경에 머무르니 나의 살림은 좀처럼 나아지지가 않는다.
아침에는 주로 과일과 요거트, 빵 여기에 야채 한 가지 더한다. 빵 대신 막내가 원하는 누룽지가 나올 때도 있고 떡이 와플팬에 구워져 등장하기도 한다. 점심에는 아침에 못 먹은 쌀을 꼭 먹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잡곡밥을 먹으려면 아침 먹고 바로 잡곡을 불려야 한다. 생선이나 고기를 준비하고 곁들일 야채, 국을 생각해본다. 저녁은 어른은 간단히 먹을 수 있지만 아이들은 잘 먹여야 하니 점심 먹자마자 고민을 할 때도 있다. 점심 식사 직후, “저녁은 뭐 먹지?” 물으면 아무도 대답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끼니를 챙기는 일을 담당한 주부의 고민일 뿐이다. 배부른 그들에게 무얼 먹고 싶냐고 물을 일이 아닌 걸 알면서도 머릿속 생각이 튀어나왔다.
저녁 식사까지 잘 마친 날, 지인이 일하느라 끼니를 걸렀다는 문자에 눈길이 간다. 끼니를 거르며 바쁘게 일한 그녀가 부럽다. 그녀는 힘들었을 테지만. 끼니를 챙기는 일이 주 업무이다 보니 끼니를 거를 수 없기에 다른 세상의 일하는 그녀가 멋져 보인다. 그래도 나의 다짐은 부러움이 불편함에 이르기 전에 멈추는 것이다. 나의 끼니 챙김 업무를 완수한 저녁에 감사한 마음을 더 가지고 싶다. 특별한 음식도 아닌데 맛있게 먹어주는 식구들에게 고맙다. 뜨거운 날이어서 불 앞에 서 있기 힘들다고 에어프라이어에 고기며 야채를 몽땅 넣었지만 꽤 괜찮은 식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