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백수일기

백수일기#10

마흔에 먹는 장어덮밥(feat.10분명상과 시절인연)

by 광안리등킨도나쓰

#백수일기 #마흔 #장어덮밥 #히츠마부 #명상 #시절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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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연속 지인들과의 저녁모임을 가졌다. 어제는 부산시청 뒤 오뎅바에서 술자리를 가졌고 오늘은 광안역 장어덮밥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나고야식 장어덮밥을 한 숟가락으로 떠서 입에 넣으니 내안의 모든 번뇌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편한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시작하니 4년 동안 겪었던 일들이 단순한 이야깃 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장어덮밥을 먹으면서 전직장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했다. 한달이 지난 오늘은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었다. 나를 화나게 했던 그들의 얼굴과 목소리도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들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으로 내안의 화를 불러 일으키지 않기로 결심했다.


며칠 전부터 운동과 글쓰기 루틴 사이에 10분 명상을 추가했다. 운동, 글쓰기, 명상을 습관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집안의 특정 공간과 시간에 글쓰기, 명상을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틀 간 10분 명상을 했는데 심호흡과 함께 마음을 가라 앉히니 현실 문제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요즘 말하는 회복탄력성인가.


유튜브에서 10분 명상을 도움을 받기 위해 여러 영상을 보았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불교 관련 영상이 올라왔다. 불교교 법문 중 자주 나오는 단어는 바로 '시절인연'이었다. 시절인연이란 내가 아무리 붙잡고 싶어도 떠나가는 사람, 공간, 물건, 사건은 떠나가고 내 주변에 계속 머무르는 것은 노력하지 않아도 계속 머무른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나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과 사람들 역시 시절인연이라는 단어 하나로 다 설명이 되었다. 신기했다.


마흔 인생을 돌이켜 보면 학창시절 영원할 것 같았던 친구들도 어느새 뿔뿔히 흩어졌다. 그 자리를 밥벌이 직장과 대학원에서 만난 사람들로 채워졌다. 이런게 불가에서 말한 시절인연이구나 싶다. 물처럼 흐르다가 특정한 시기가 되면 만날 수밖에 없는 것들. 그런데 참 이게 쉽지 않다. 매일 10분명상과 함께 시절인연이라는 불가의 인생 원리를 받아드리겠다고 마음 먹으니 그동안 내가 저질렀던 행동들이 어리석게 느꼈다. 마흔이 되었지만 아직도 배울게 많다. 아직 명상과 시절인연에 대한 명확한 깨달음은 없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행복은 있다. 배고플 때 장어덮밥을 먹으면 기분이 좋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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