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받아 마땅한 사람

칭찬은 소중히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비하하지 말 것

by 안나

칭찬받는 일은 종종 어색하다. 하지만 이 어색함을 과하게 표출하는 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충분히 훌륭한 사람임에도 누군가로부터 칭찬을 받으면 격하게 거부한다. 심지어 그 칭찬을 반증할 만한 자신의 단점을 하나씩 드러내며 스스로를 비하한다.


몇 년 전 재직하던 회사에서였다. 옆 팀 동료가 싱그러운 봄을 맞아 은은한 하늘색 빛의 트렌치코트를 입고 왔다. 얼굴이 유난히 희던 그녀에게 정말 잘 어울렸다.


"OO 씨, 이 하늘색 코트랑 너무 잘 어울리는데요?"

나와 다른 동료가 그녀와 점심 식사를 하며 칭찬을 건넸다.


유독 부끄러움이 많았던 그녀의 얼굴은 순간 귀까지 홍당무가 되어버렸다.

"아.. 아니에요! 그냥 제가 안목이 없어서 마네킹에 입혀진 거 보고 산 건데 제가 입으니까 옷이 죽는 것 같아요. 코트랑 코디한 옷이랑 신발도 안 어울리죠. 제가 옷을 너무 못 입어서 하나도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분명히 칭찬이 의도인 말이었는데 그녀는 풀 죽은 목소리로 스스로에게 못마땅한 점들을 장황하게 나열하기 시작했다.


순간 '내가 비아냥 거리는 투였나?', '내가 한 칭찬이 잘못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돌이켜 보아도 나는 그저 그 하늘색 트렌치코트가 그녀와 잘 어울려서 한마디 건넸을 뿐이다.


성실하고, 배려심 많던 그녀는 유독 칭찬을 받아들이는 것에 크게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당시 재직하던 곳은 화장품 회사였고, 신상 립스틱 등을 종종 테스트해 볼 기회가 있었다. 쉽게 어울리기 힘든 핫 핑크 색상의 립스틱이 그녀의 입술에 올려지자 이질감 없이 화사한 느낌이 가득했다.

"와! OO 씨 이 립스틱 너무 잘 어울린다! 이거 진짜 어울리기 힘든 색상인데."

다른 동료가 그녀를 칭찬했다. 이전 하늘색 트렌치코트 칭찬에 대한 그녀의 거부 반응에 흠짓 놀랐었던 나는 잠시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전 못생겨서 이런 거 안 어울려요. 으 진짜 이상하다."

그녀는 또 한 번 칭찬을 격하게 거부했다. 주위의 다른 동료들 또한 당황해했고 분위기는 순간 어색해졌다.


칭찬을 건네었던 동료가 살짝 언짢아진 표정으로 "왜 그렇게 말해요? 난 그냥 잘 어울린다고 한 건데."라고 말했고 주위의 다른 동료들도 "그러게 왜 스스로를 비하해요?" 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거들었다.


"그냥 제가 칭찬을 잘 안 들어봐서 그런가 봐요. 저희 엄마는 저 태어났을 때 너무 못생겨서 울었대요. 크면서도 좀 예뻐지지 않을까 했는데 그대로라고. 맨날 넌 공부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놀렸어요."

다른 이들의 심각한 반응에 더 당황한 듯한 그녀는 샐쭉 웃으며 나름 항변했다.


친한 친구였다면 등짝을 찰싹 때려주며 "넌 칭찬받아 마땅한 사람인데 왜 과거의 아픈 말들 안에 갇혀서 칭찬을 거부하는 것이냐."며 잔소리를 한껏 쏟아내주고 싶었지만, 그녀와 나는 회사 내에서 어느 정도 선을 지켜야 할 관계였으므로 오지랖을 잠시 참았다. 그 이후로는 그녀의 장점이 보여 칭찬하고 싶을 때마다 잠시 뒤 다가올 거부 반응을 상상하곤 도로 입을 닫곤 했다.




칭찬이 익숙지 않은 이들은 칭찬을 듣는 순간 종종 본인의 단점을 언급하며 방패막을 치고 거부해버린다. 늘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누군가에게 "굉장히 성실하시네요. 멋지세요."라고 칭찬하면 "제가 멋지긴요? 저 얼마나 게으른데요. 매일 늦게 일어나고, 주말엔 침대에만 있어요."라고 대답해버린다면 칭찬한 사람은 머쓱해진다. 그리고 그런 반응이 반복된다면 더 이상 칭찬이라는 말을 의도적으로 건네지 않게 된다.


가끔 칭찬 같지 않은 칭찬. 비아냥 거리거나 눈에 띄는 목적성이 보이는 가식이 섞인 칭찬들을 들을 때도 있다. 그런 칭찬들은 유쾌하지 않기에 걸러 들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의도 없는 칭찬들에게만큼은 다소 어색하고 부끄럽더라도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 순간의 나라는 존재에게 누군가 건넨 긍정의 말들에 고마워하고 마음속에 소중히 지니면 충분하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조차도 한 때 칭찬을 들으면 머쓱해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칭찬받으면 크게 손사래를 치며 "아니에요. 제가 무슨." 이라며 자신을 한 껏 낮추는 것이 겸손의 미덕이라고 오인하며 살았다. 적당한 겸손은 필요한 덕목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스스로를 비하하며 칭찬을 격하게 거부하는 것은 겸손이 아니다. 그저 자기 비하이고 칭찬하는 상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뿐이다.


'칭찬은 소중히 받아들이고 감사함 표현하기.', '스스로를 비하하는 발언은 하지 말기.' 이것이 내가 유지하고자 하는 칭찬을 대하는 최소한의 태도이다. 익숙하지 않아 어색하고 팔다리에 닭살이 쭈뼛 올라오더라도 "칭찬해주셔서 감사해요." 라며 즐겁게 칭찬을 칭찬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야 말로 상대방의 마음도 존중해주고 나라는 존재의 소중함도 지키는 것이다.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나만의 장점을 남들이 발견해 줄 수도 있다. 내 안에 숨어있던 장점을 누군가 찾아내 주며 칭찬한다면 흘려듣고 거부할 것이 아니라 그 점을 살펴보며 더 발전된 나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 당신은 칭찬받아 마땅한 소중한 사람이니까.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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