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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와 고유 Sep 10. 2023

[나의무용이야기] 오늘도 소담하게 다리찢기

  저는 무용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 무용선생님께 강제적으로 다리찢김을 당했어요. 벽에 등을 붙이고 앉았는데 어깨를 붙잡힌게지요. 선생님의 도우미가 된 친구들이 한명씩 저의 양쪽 다리를 맡아가지고는 벽으로 밀었습니다. 3인 1조 시스템으로 말이지요.

양다리가 벽에 다 붙었을 때 무용선생님이 저에게 손을 내밀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무심코 두 손을 선생님께로 뻗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제 두손을 냅다 잡아 앞으로 당기셨지요.



  정신을 차렸을 때 저는 "土" 이 형태로 도마뱀마냥 바닥에 딱 붙어있었습니다. 제 역치를 벗어난 통증에 찍 소리조차 안 나왔었고, 몇 초간 너무 놀라서 거의 마비상태였던 것 같아요. 그러다 조금 지나니까 몸이 발발발 사정없이 떨렸고 뜨거운 눈물이 콸콸 쏟아졌습니다.



  그때는 대체 왜 다리 스트레칭을 하는지 이유도 모르고 그냥 당연히 무용하면 찢는 건줄, 찢어야 하는 건줄 알았어요. 사실 그때는 아무런 질문도, 생각도 없어서 그냥 원래 이런거야 하면서 무작정 하라는대로 시키는대로 했던 것 같습니다.

왜? 그냥. 원래 무용하면 하는거야.



  무용하려면 무조건 다리를 찢어야 하나요?

필요성이 없다면 안해도 됩니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해야겠지요. 우리는 몸을 잘 움직이고 몸으로 무언가를 섬세하게 잘 표현하고 싶잖아요. 몸통과 사지가 뻣뻣하고 경직되어 있다면 내가 원하는대로 몸을 움직이며 표현하기가 어렵겠지요.



  마음은 이렇게 저렇게 "썁썁" 움직이며 표현하고 싶은데,  도무지 몸이 안 따라주는 현상이 발생하는거지요. 움직임과 표현에 제약이 생깁니다. 마음만 늘 굴뚝같고요...

다리가 유연하지 않아서 내 뜻대로 컨트롤이 안된다면, 다리를 쓰는 동작에서 특히나 어려움을 느끼겠지요. 어려우니까 피하고 안하게 되고, 안하면 점점 더 딱딱해지고, 딱딱하니까 컨트롤도 안되고 동작이 안되고... 반복입니다.



  다리의 관절과 근육을 부드럽게 해주고 유연하게 해줘서 원하는대로 통제하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리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죠.  

할때마다 아픈거 아니냐 물으시는 분도 계신데, 하나도 안아파요. 처음 스트레칭할때나 아프지, 늘려 놓으면 전혀 아프지 않아요. 그냥 "획획" "툭툭"하는 겁니다. 물론 일자스트레칭을 넘어서 한없는 오버스트레칭을 한다면 그건 계속 아프겠지요.

한번 늘려 놓으면 어디 안가요. 안 아프답니다.



   다리를 세상 자유자재로 획획 돌리고 차면서 움직이기 위해.

그래서 오늘도 우리의 수강생은 소담하게 벽에 다리를 올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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