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유와 고유 Sep 16. 2023

[나의무용이야기] 그녀는 어둠속의 땐써.


  그녀는 부끄럽다며 급하게 연습실 온 사방의 불을 다 꺼버렸습니다.

그녀는 어둠속의 땐써.

오늘 배운 것들을 재료삼아 비슷한 듯 다르게, 다른 듯 비슷하게 이리저리 요리해봅니다.

가끔은 잘 풀리지 않는가 봅니다.

그래도 흥미로운지 그녀는 한동안 즉흥적으로 움직이며 시도했습니다.

그녀의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가다가 문득 저는 울림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또 야밤에 글을 쓰게 되었지요. 내일 아침에 이 글을 보고 창피해서 지울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 감정을 풀어내야 잠이 올 것 같아서요. 이런 충동적인 야밤 글쓰기는 지양해야 하는데 말이죠 쩝.




  우리는 왜 말을 배우는 걸까요? 그저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따라하기 위해서일까요? 결국은 우리가 말하려고 배우는 것 아닐까요? 말하려고 배우는건데, 어느새 자기말 연습은 없어지고 다른 사람의 말만 따라한다든가, 언어에 대한 지식 자체만을 추구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혹은 누가봐도 탁월한 수준의 단어와 문법을 탑재하기 전까지는 창피한 마음에 자기 말하기, 자기 글쓰기를 연습하려 들지 않는다면요?  자기 말하기는 연습하지 않고 그저 일단 남의 말을 무작정 따라하는 거죠. 탁월한 수준이 되기 전까지는 아끼고 아껴놓고 쌓고 또 쌓아 놓습니다. 그때가 되면 짠하고 자기 말을 잘 할 수 있을거라, 자기 글을 잘 쓸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요. 자기말을 한번도 진지하게 탐구해보지 않은 사람이 엄청난 스킬을 탑재한 수준이 되었다고 해서 단번에 자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은 배운 단어를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모방하고 변형하면서 자기 뜻을 표현합니다. 어린아이한테는 그게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거지요. 그게 비록 문법적으로 조악하더라도요. 시도하고 연습합니다. 그러는 와중에 자기 말을 생각해보고 수정보완도 해보고 표현방식도 생각해보겠지요. 결국 이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된다면 표현력은 한층 높고 고유한 수준으로 상승되겠지요.




  물론 배움과 흡수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저 배우고 흡수하고 쌓아가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든가,  그저 "탁월해 보이는" 다른사람을 완벽하게 따라하는 것 자체가 어느새 나의 목적이 되어버리면 곤란하겠지요.

앵무새처럼 로보트처럼 다른 사람을 따라하기는 오히려 편하고 쉽습니다. 별 생각을 안해도 됩니다.

그냥 하라는대로 시키는대로 하면 적어도 안전함은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자기 말을 하고, 자기 고유한 것을 꺼내는 것이 그야말로 훨씬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그 "멋져 보이는" 것을 기술적으로 완벽히 따라할 수 있느냐 자체의 문제가 훨씬 크게 느껴지게 되지요. 그래서 동작이나 테크닉 습득에 집착하게 되지요. 그게 안되면 인정을 못 받는 것 같고 불안하니까요.




  동작을 완벽히 따라하는 것이 뭐 의미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이 나의 모든 목적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거기에 빠져 있는 줄도 모를 정도로 거기에 함몰되기가 생각보다 쉽거든요.




--------------------------------------------------------------------



"우리는 처음 견습을 시작할 때 그것이 예술이건 특정 분야의 학문이건, 다른 사람의 작품과 이론을 그대로 모방하고 학습하라는 말을 듣는다. 우리는 구성 및 형식을 배운다. 명작의 모조품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그러나 견습을 마칠 때 우리는 우리의 주인을 죽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익숙해질수록, 지식과 경험이 많아질수록 어느 순간 규칙을 잊어버려야 할 때가 찾아오는 것이다.




"처음에는 연습과 모방의 단계를 거치지만 결국엔 그것을 초월하는 자신만의 고유성을 스스로 담아내야만 한다.... 자신이 쌓아 올린 지식과 기량에 집착하면 독창성은 발현되지 못한다. 독창성 (originality)의 어원을 보면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의 근원(origin)까지 내려가야만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  -  신성권 「니체의 말」중에서

















작가의 이전글 [나의무용이야기] 오늘도 소담하게 다리찢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