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열리다, 우즈벡 과자.

by 움직이기

참으로 여행지 숙소의 조식은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동네 참새처럼 일찍 일어나서 샤워를 마친 후 산뜻하고 느긋한 기분으로 아침식사를 하는 게 좋다. 오늘은 뭐할까 어디를 가면 잘 갔다고 소문나려나 생각도 하고, 이 땅에서는 이런 작물들이 많이 나는구나, 이런 자연작물들을 이렇게 저렇게 조합해서 먹는구나 생각하는 것이다.



그간 조식에 네모난 비스킷이 계속 올라왔었다. 딱히 특별할 것 없이 심심하고 무난해 보였기에 손도 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무심코 집어든 그 네모 비스킷. 아아.. 나는 왜 그동안 그리도 무심하고 무지했던가! 신세계가 열리는 개인적으로 매우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것은 우즈벡 전통과자, 뼤쳰예(Pechenye)였다.

맛으로 치자면, 우리나라의 빠다코코넛, 다이제 통밀맛 과자와 약간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알 듯 말 듯 아리송하게 느껴지는 분유 맛, 두툼한 두께와 묵직한 무게감, 입안을 가득 메우는 퍽퍽한 질감이 오묘하게 조합되어 있다. 간결하고 담백하게 기본기를 내세운 고유한 맛, 그저 속 튼실한 정직함이 심심하게 묻어나는 맛이랄까? 위상으로 치자면,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뻥튀기과자 정도 급에 들어가는 전통과자라고 감히 치부해본다. 오늘은 이 녀석을 구하러 다녀야 쓰겠다.



히바에 어느새 봄이 왔다. 이제 낮에는 볕이 따가울 정도로 뜨겁게 내리쬐어서 두터운 옷이 거추장스럽게 되었다. 그렇다고 또 벗어버리자니, 아직은 쌀쌀한 사막바람 때문에 춥다. 히바를 걷는 것은 큰 즐거움과 감상이었다. 걷기 시작하면 의식은 자연스레 내부로 집중되었다. 생각을 들춰보고 정리하는 작업이 자주 이루어졌다. 너무 무거워진다 싶으면 또 그렇게 되는 데까지 그대로 놔두었다. 시선이 다시 자연스럽게 외부로 향하면 세계의 새로움과 생명력에 나는 다시 힘을 얻었다.

이찬칼라 내 어디서든 눈에 띄는 저 청록빛의 돔은 바로 파흘라반 무함마드의 영묘(Mausoleum of Pahlavan Muhammad)다. 파흘라반 마흐무드는 14세기의 수피 시인이자 레슬링 선수였다고 한다. 19세기 초에 성인으로 채택되어 영묘가 건설되었는데, 이후 이곳은 왕실 영묘가 되었단다. 깊고 오묘하게 청록 빛을 내는 매끄러운 돔은 볼 때마다 청아하고 깨끗한 아름다움을 선사해주는 것이었다.



그동안 오다니며 미리 점 찍어둔 마켓으로 갔다. 이름하야 “코카콜라 마켓“이다. 그러고 보면 특히 부하라나 히바에는 코카콜라 카페, 코카콜라 마켓 등 “코카콜라”라고 시작되는 간판들이 참 많았다. 코카콜라가 우즈벡 다수의 중소형 마켓이나 식당과 사업적으로 연계된 건지, 대체 무슨 연결고리인지 나는 지나다니며 항상 궁금해 했으나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주인아주머니 혼자 운영하시는 히바의 “코카콜라 마켓”은 작아도 있을 건 다 있다. 주인아주머니께 뼤쳰예 사진과, 히바 행 기차 안에서 꽃미남에게 얻어먹은 쵸코웨하스 과자 사진을 보여드렸다. 싱긋 웃는 아주머니가 인도한 코너에는 뼤쳰예와 웨하스과자가 박스채로 개봉되어 진열되어 있었다. 드디어 찾았다!

아주머니는 손으로 과자를 팍팍 집어서 봉지에 담으셨다.

"이만큼이면 되나? 더 드릴까? 뭐 좀 더 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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