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나는 눈앞에 떠오른 과거의 나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한참 공연활동을 할 때에,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살아남으려고 죽으라 발버둥치면서 춤을 추었다. 온 몸의 진액, 정신, 피와 땀을 다 쥐어짜서 연습을 하고 공연을 했다. 춤 외에 일상이란 것이, 생활이란 것이 없었다. 일상의 여유가 남을만큼 그 정도로 실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일테다.
말그대로 내 존재 모든 것을 완전히 다 바치는 듯이 완전히 다 소진해 버리는듯이 그렇게 춤을 추었다. 자주 나는 하얀 재가 된 것 같았다. 온 몸이 텅 빈 것 같이 너무나도 가벼워서 이 육신도, 발딛고 있는 이 땅과 이 세계도 잘 느껴지지 않을 때가 많았다.
춤을 추면서 물론 이루 말할 수 없이 은밀하게 충만한 날들이 많았지만 동시에 무척이나 고단한 날들이 많았다. 한참 동안을 뜨거운 물에 몸을 지져야지만 간신히 움직일 수 있던 날들, 피로와 열감때문에 잠못자고 시름시름 자주 앓던 날들이 있었다. 공연연습을 하러 가려고 밥 숟가락을 뜨던 어느 아침에는 그 일상적인 활동이 너무 힘들어서 눈물이 터진 적이 있었다.
정말로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치열함, 소진, 고단함, 불안, 불확실성.. 춤에 관련해서 내 안에서 올라오는 이러한 모든 요소들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 지 몰랐다. 암담함과 두려움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냥 참고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연습실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아주 멀게 느껴졌다. 몸을 쓰면서 고단함이란 것은 이제 당연한 것이고, 품고 안고 가는 부분인데, 이렇게 가끔 몸이 유독 고단한 날들이 있다. 누에고치처럼 허리가 깊게 굽어지고 속에선 앓는 소리가 난다. 그럼 여지없이 그때 그 과거의 날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의 날에 그랬던 것처럼 암담함과 두려움에 휩싸이지 않는다. 이제 이런 순간들을 받아들일 수 있고 내 안에 가만히 허용하고 둘 수 있다. 다시 솟아나게 되고 다시 일어서게 된다는 것, 품어서 더 깊고 넓게 삶을 살고 춤추게 된다는 진실을 알기 때문이다.
한동안 나는 눈앞에 떠오른 과거의 나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