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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와 고유 May 28. 2023

[무용이야기]세상 귀찮고 무거운 엉덩이에 대한 고찰 ;


평화로운 일요일 저녁, 식사를 준비하시던 어머니가 말씀하십니다.

"어머나, 두부가 떨어졌네. 아이고! 얼른 가서 두부 한모 사와라."

그럼 바닥에 길게 드러누워 있던 나는 세상 귀찮고 무거운 엉덩이를 간신히 일으킵니다. 입이 이만큼 나와서는 말이죠ㅎㅎㅎ 이 세상 귀찮고 무거운 엉덩이와 골반. 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이 골반, 엉덩이는 우리 몸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사실 우리가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하려면 우리 몸의 중심이 움직여야 합니다. 몸의 중심은 가만히 놔둔채, 팔다리를 길게 뻗어 팔랑대며 "저기에 가고 싶어" 라고 아무리 희망한들 그곳에 존재할 수 없죠. 몸의 중심이 그곳에 가 있어야 우리는 정말 그곳에 존재할 수 있어요. 잘 생각해보면 우리는 매순간 몸의 중심을 이곳저곳으로 부단히 이동시키며 움직이고 있습니다.

바닥에 길게 드러누워 뒹굴뒹굴 구르는 행위도 몸의 중심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옮기는 것이죠. 일어서는 것도 중심을 높이 세워 위로 이동시키는 것입니다. 일어나서 주방으로, 욕실로 가는 것도 다 생각해보면 중심을 좌우로 상하로 계속 이동시키며 나오는 움직임들이에요.




이 중심이동으로 움직임이 생기고, 나의 존재장소가 변화하게 되죠. 중심의 이동이 없이는 몸이 원하는 곳에 존재할 수 없게 되는거죠.  이 중심의 이동이 신속하고 명확할수록 움직임이 간결하고 조화로워집니다. 이 중심이동의 폭이 넓을수록 움직임의 스케일이 크고 시원해집니다.

이 중심이동을 잘하기 위해서는 물론 중심의 힘도 좋아야 하고요. 이 중심을 아래에서 받쳐주고 있는 하체도 일을 잘 수행해줘야 합니다. 좋은 하체는 몸의 중심을 잘 받쳐주면서, 중심과 하나가 되어 이리저리 민첩하게 움직이는데 도움을 주지요.




한 사람이 서 있습니다. 징검다리를 건너듯 저쪽 멀리 쭉쭉 이동해야 한다고 생각해봅니다. 그럼 먼저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하체를 구부려서 중심과 바닥과의 거리를 가깝게 만듭니다. 그래야 다리가 멀리 이동할 수 있는 폭이 확보될테니까요. 그냥 가만히 선 채로 한쪽 다리만 멀리 뻗쳐서는 몸을 멀리 보낼 수가 없어요. 우리가 '쁠리에'라고 부르는 다리를 굽히는 동작은 이동 폭을 넓게 확장시켜줍니다. 다리를 구부리면 하체근육이 개입되기 시작합니다. 오래 깊이 구부릴수록, 허벅지가 뜨거워지고 급기야 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ㅎㅎ 이 '쁠리에'를 안하면, 굽히는 동작을 안하면 하체근육을 많이 개입시키지 않으니 나 자신은 참으로 편합니다만 ㅎㅎㅎ 거리, 폭이 확보가 안되죠. 그냥 그 자리주변만 맴맴맴 돌면서 작게만 움직여야 하죠;;

즉, 하체근력이 좋아야 지속적으로 하체를 낮추고 구부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넓은 폭으로 이동하며 큰 스케일로 움직일 수 있는 거지요. 하체근육이 받쳐주지 못하면 사시나무처럼 덜덜 후달리는 하체가 버티질 못하고 움직이다가 주저앉아버리겠지요. 혹은 세상 느리고 힘들게 움직이겠죠. 시원하고 민첩한 느낌이 아니라 매우 둔탁하고 무겁고 게으른; 느낌이 나지요.




잘 움직인다는 것은 아주 큰 틀에서  말하자면, 몸을 민첩하고 자유롭게 이곳저곳으로 내가 원하는대로 신속정확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몸의 중심이동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중심이동이 잘 이뤄진다는 것은 하체와 센터가 좋다는 말이 됩니다. 하체와 센터는 중심이동과 움직임을 위한 기본기라 할 수 있지요.

세상 귀찮고 둔탁한 골반과 엉덩이는 이제 그만, 날렵한 센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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