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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와 고유 Jul 01. 2023

기 쎈 그녀.



누군가와 이렇게 한치도 꼼짝않고 자리에 앉아 주구장창 길게 대화를 나눈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몇 년만에 보는 그녀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정열적이며 힘이 넘쳤다. 기 센 그녀. 역시 그녀를 감당하려면 지치지 않는 체력과 정신이 필요했다. 자칫 잘못하면 아주 기를 쏙 빨려 껍데기만 덩그러니 남는 수가 있다.


"와 피디님은 여전히 평범하지가 않네요 ㅎㅎㅎ 여전히 기가 쎄요 쎄."



예전에 같이 공연하며 프랑스와 독일에서 함께 지낼때에도 나는 그녀의 정열과 에너지에 매혹당했었다. 그녀는 그야말로 꺼지지 않는 엔진같았다. 나는 그녀를 금세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나 작업이 나에게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기도 했고,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일에 집중하느라 이야기를 편하게 나눌 기회들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표면적으로 혹은 내게 포착되는 방식으로 이해했다.




그렇게 공연은 끝났다. 함께 공연했던 멤버들중 피디님과 다른 무용수 언니, 나 이렇게 셋은 그 이후로도 가끔 만났다. 두 여성 다 보통 기 쎈 여자들이 아니기에 그들을 만날때면 만발의 준비를 하고 나가야 했다. 두 여인네들은 무슨 활화산도 아니고 온 몸과 에너지를 그렇게도 쉼없이 불태우지 않으면 안되는 거였다. 아니 지치지들을 않아.

그녀들과 함께 있으면 나는 사이렌같은 그녀들에게 홀려서 정신없이 기를 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욕적이며 화끈하고 드센; 그녀들을 나는 매우 사랑했다. 어제는 그녀들 중 한 여자, 피디님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예전부터 일적인 이야기나, 피상적인 이야기들 말고 진솔한 대화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대뜸 만나자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둘이 마주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나는 내가 당시 포착했던 그녀의 모습과는 다른, 그녀 속에 있었던 부분들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다. 그녀는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생각과 고민을 담은 사람이었고,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움을 이리저리 감내하며 바지런히, 고군분투해가며 일 해 온 사람이었다. 그녀는 명철하며 열정적이고 포부가 큰 사람이었다. 나는 예전보다 그녀가 훨씬 좋아지는거였다. 그녀가 나에게 그녀의 가슴 속 소망을 이야기했을때 나는 진심으로 함께 진동하였다.




카페에서 영업종료방송이 울릴 때, 그제서야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흘러갔음을 알았다.

나도 모르게 그녀와 긴밀하게 연결되서 쉴새없이 대화를 나눈 것이었다.

이렇게 또 나는 기가 빨린 것인가;



활화산 같은 그녀

불나방 같은 그녀

그녀는 기 쎈 여자.

강단있는 여자.

나는 기 쎈 여자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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