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유와 고유 Jul 27. 2023

그 시절 내 동네빵집, 대전 전민동 성심당.


엄마 생일이라서 간만에 대전에 내려갔다.  케이크를 사려고 대전 롯데백화점 1층에 입점해있는 성심당에 갔다. 대전에 내려갈 때마다 성심당을 가끔 방문하곤 하는데, 항상 인인산인해다. 거대해진 성심당을 볼 때마다 나는 어느새 몽글몽글한 추억에 잠기고, 쏜살같은 시간의 흐름을 동시에 느끼곤 하는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 바햐으로 2000년대 초 밀레니엄, 우리 대전 외국어 고등학교는 대전 골짜기 외딴 섬과 같던 지역인 전민동에 있었다. 쾌적한 면학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되는 환경이었다. 학교 정문에서 바로 나와서 왼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아이스크림 가게와 자그마한 동네 빵집 하나가 있었다. 그게 바로 성심당이었다. 그때 당시에도 현재 성심당 본점자리인 은행동에 성심당이 있었는데, 지금처럼 지역적 특수성을 띤 유명한 베이커리가 전혀 아니었다. 매장도 일반적인 사이즈였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처럼 성심당의 주력메뉴라 할 수 있는 튀김소보로시리즈같은 빵들도 전혀 없었고, 빵의 종류와 맛도 여타 다른 집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저 동네 여러 빵집들 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우리 고등학교 바로 옆 성심당에는 작은 테이블 서너개가 있었다. 그래서 토요일날 정규과목 수업을 다 끝내고, 의무자율학습시간이 시작되는 중간 점심시간에 학교 옆 동네빵집인 성심당에 가서 빵을 자주 사서 먹었다. 내 단짝친구인 수진이와 함께 그렇게도 부단히 성심당을 들락날락했다. 5-6월달 쯤이었던 것 같다. 여름하복을 입고 성심당 한쪽 작은 테이블에 앉았던 수진이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왜 그날 모습만이 유독 생생하게 남아있는건지 모르겠지만, 그날 햇살이 참 좋았고 자율학습이 짧은 토요일이라 또한 기분이 상당히 좋았던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나는 내 단짝인 수진이와 함께 수다떠는 시간이 너무나도 재밌었고 즐거웠었다.




우리는 동네빵집 성심당에서 우리 둘다 좋아하는 생크림조각케이크를 나누어 먹으면서 정말 별의별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수진이한테만 유일하게 내 속내를 열어보였다. 야자하기 싫으네 어쩌네 나는 춤이나 추고 싶네 어쩌네 하면서 말이다. 실제로 나는 수진이 앞에서 당시 유행하던 춤을 많이 췄었고, 수진이는 그런 내 춤과 흥에 무척이나 열성적으로 동참해주었다. 수진이와 함께 있으면 나는  뭐 두려울 것이 없었고 걱정할 것도 없었다. 입시스트레스며 외고스트레스도 다 날아가는 것 같았다.

우리 고등학교 대부분의 친구들은 머리가 상당히 비상한 아이들이었다. 공부를 즐겨하던 모범생 아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정말 아니었다. 나는 이 학교에서 나 혼자만 이단아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나는 공부하는 것보다 춤추는 게 좋았다.

그런 내 모습을 이해해주고, 야생마 같던 나를 가끔씩 절제시켜주던 수진이는 그야말로 그당시 내게 오아시스같은 존재였다.




2000년대 당시 전민동 대전외고 옆에 작은 동네빵집 성심당은 이제 사라졌다. 대전에 내려올 때마다 성심당은 점점 규모가 커졌고 속속들이 지점들이 생겨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성심당은 대전의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성심당을 볼 때마다 자연스럽게 내 시간은 2000년대로 흘러간다. 애틋했던 내 고등학교 시절  단짝 수진이와의 추억, 당시 우리만의 작은 동네빵집이었던 성심당을 기억하며 비밀스럽게 빙긋이 웃는 것이다.





이제는 세상 거대해져버린 대전 성심당에서
작가의 이전글 기 쎈 그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