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 아이들이 커가는 것일 뿐
첫째 아이가 7살쯤 되었을까. 남편이 세 아이들과 함께 가을 숲길을 걸어가는 모습이다.
아이들 옷차림이 가벼운걸 보니 그리 추운 날씨는 아닌 것 같은데 남편은 혼자 패딩이라니.
첫째 아이는 살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것일까. 크게 웃느라 고개가 뒤로 젖혀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어떤 상황인지 생각이 나지 않아 가만히 아이들의 표정을 상상해 보는 것도 즐겁다.
가을 숲길처럼 알록달록한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내 전부인 이들.
전부라서 때론 힘에 부치는 걸까.
이날, 셋째 아이가 숲 속 정자에 올라가 노래도 부르고, 길가에 놓여있는 바위에 첫째 아이는 잠시 누워 쉬기도 하고, 세 아이가 함께 철봉에 매달리기도 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시 찾은 가을 숲길을 걷는 남편과 아이들의 뒷모습이다.
요즘 사춘기가 시작된 건지 무뚝뚝한 첫째 아이의 표정이 뒷모습에서도 느껴지는 것 같고, 남편과 두 딸들은 웃음이 보이는 것 같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 나는 얼마나 친절한 표정으로 부탁을 했던가.
첫째 아이가 스쳐 지나가는 저 순간을 찍기 위해 나는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남편 어깨를 넘겨 자란 첫째와 둘째 그리고 남편 허리에 닿을 듯하던 셋째 아이도 허리를 훌쩍 넘겨 자랐다.
7년이란 시간 속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가장 고마운 건 이렇게 건강하게 잘 자라준 것이지 않을까.
7년 뒤에 다시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아이들과 함께 한 첫 경주 여행에서 가을이 내려앉은 불국사를 걸어가는 세 아이의 뒷모습이다.
한 손을 재킷 주머니에 넣고 걸어가는 첫째 아이의 모습은 제법 의젓해 보이고, 언니를 이끌고 가는듯한 막내의 걸음은 뒤뚱뒤뚱 아슬아슬해 보인다.
이 순간 막내에겐 엄마, 아빠의 손보다 언니, 오빠의 손이 더 듬직하겠지.
중.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왔던 이곳을 나의 아이들과 오다니!
10대 후반이던 나는 친구들과 사진을 찍거나 수다를 떨면서 이 길을 지나갔겠지. 감히 이런 날들은 생각도 하지 못했을 나의 10대 여.
그리고 작년 여름 강원도 평창, 태백을 거쳐 마지막으로 경주에 도착해서 다시 불국사를 찾았다.
어릴 적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들에게 같은 포즈를 주문하니 손을 잡는 게 쑥스러운지 계속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잠깐만 잠깐만!!!
나의 간곡한 외침을 뒤로하고 아이들은 이내 손을 놓고 저만치 가버렸다. 그래도 이 정도면 잘 나온 것 같다.
우리 7년 뒤에 또 불국사에 와서 사진을 찍어볼까 했더니,
첫째 아이는 군대에 가야 해서 힘들 것 같다 하고,
둘째 아이는 7년 뒤면 수능 시험 준비를 해야 해서 힘들 것 같다 하고,
이유가 없는 셋째 아이만 조용하다.
아! 7년 뒤에 둘째 아이가 수능을 잘 마무리하고 군대 간 첫째 아이가 휴가를 나와 같이 불국사에 와서 사진을 찍으면 되지 않을까!
7년 뒤에는 어떤 모습으로 사진을 찍을까.
7년 뒤에는 손을 잡을 수 있을까.
벌써 7년 뒤가 기다려진다.